트럼프, ‘기독교인 박해’ 나이지리아에 군사작전 경고

입력 2025-11-02 18:48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마러라고 별장에서 주말을 보내기 위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 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나이지리아 내 기독교인 학살 사태가 지속될 경우 나이지리아 지원을 중단하고 군사력을 동원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나이지리아 정부가 기독교인 대상 폭력을 방치하고 있다며 압박 수위를 높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에서 “나이지리아 정부가 기독교인 학살을 계속 허용한다면 미국은 모든 구호·지원을 즉각 중단할 것이며, 끔찍한 잔혹 행위를 저지르는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을 소탕하기 위해 이 망신스러운 나라에 발포하며 쳐들어갈 수도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이어 “전쟁부(국방부)에 가능한 행동을 준비하라고 지시하겠다”며 “우리의 공격은 우리 소중한 기독교인을 해친 테러리스트 깡패들처럼 빠르고 사납고 달콤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엑스에서 트럼프의 글에 “네, 대통령님”이라고 답하며 “세계 어디서든 무고한 기독교인 살해는 즉시 중단돼야 한다. 나이지리아 정부가 기독교인을 보호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을 제거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는 전날에도 “나이지리아에서 기독교는 생존을 위협받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나이지리아를 종교의 자유 침해 우려가 심각한 ‘특별우려국’으로 지정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볼라 티누부 나이지리아 대통령은 “나이지리아는 모든 신앙을 가진 시민을 보호하는 헌법을 가진 국가이며 종교 자유가 억압된다는 평가는 현실을 반영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국제 기독교 박해 감시단체들은 나이지리아에서 대규모 박해가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 국제기독연대(ICC)는 지난달 27일 나이지리아 기독교계가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에제키엘 다초모 나이지리아그리스도교회 목사는 “최근 플래토주에서 풀라니족 무장세력이 기독교 마을을 습격해 13명 이상이 숨졌다”며 “정부는 침묵하거나 오히려 가해자를 보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진실을 말하다 목숨을 잃을지라도 말하겠다”며 미국 정부와 국제사회에 개입을 요청했다.

또 다른 감시단체 오픈도어선교회는 최근 나이지리아를 “예수를 따르는 사람들에게 세계에서 가장 폭력적인 나라”라고 규정했다. 오픈도어에 따르면 보코하람·ISWAP 등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를 비롯한 무슬림은 나이지리아 북부에, 기독교인들은 주로 남부에 거주하는데 최근 몇 년 사이 이슬람 무장단체들이 세력을 넓히며 갈등이 심해졌다. 특히 기후변화 등으로 남하한 유목민 풀라니족 무장세력이 남쪽 농지 대부분을 소유한 기독교인들을 표적으로 삼으며 박해가 심해진 것으로 분석됐다.

오픈도어는 “정부가 보코하람·ISWAP 구성원 일부는 체포했지만 풀라니 무장세력에 대한 법 집행은 미온적”이라고 지적했다. 나이지리아는 인구가 2억3000만명이며 이 중 기독교인은 46.5%, 무슬림은 46%로 알려졌다.

조승현 기자 cho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