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4대 금융그룹이 기준금리 인하 흐름 속에서도 이자 이익을 방어하고 수수료 수입을 늘리며 3분기까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다만 연말로 갈수록 금융 당국의 대출 총량 규제 압박이 강해지는 상황이어서 연말까지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진다고 장담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그룹(KB국민·신한·하나·우리)은 3분기 합계 당기순이익 5조4863억원을 기록하면서 직전 2분기(5조3954억원)를 뛰어넘는 분기 단위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도 15조812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4조3235억원)보다 10.4% 늘어 역대 최대다.
그룹별로는 KB금융의 누적 순이익이 1년 전보다 16.6% 증가한 5조1217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순익(5조782억원)을 3분기 만에 초과달성하고 1위 자리를 지켰다. 신한금융도 같은 기간 10.3% 증가한 4조4609억원의 실적으로 뒤를 이었다. 하나금융(3조4334억원·6.5%)과 우리금융(2조7964억원·5.1%)도 실적 호조에 동참했다.
호실적 달성은 금리 인하기 이자 이익이 ‘플러스’였고, 수수료 등 비이자이익도 증시 호황으로 성장을 거듭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10월부터 한국은행이 금리 인하에 돌입하면서 기준금리는 연 3.5%에서 2.5%로 내려왔다. 통상 금리 인하기에는 대출금리 인하 속도가 예금금리보다 빨라 은행의 수익이 감소한다.
하지만 올해 4대 금융의 합산 이자 이익은 3분기 기준 10조7930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보다 3.2% 늘었다.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기조에 동참한 은행들이 금리를 평소만큼 낮추지 않았고, 저원가성 예금이 늘어 조달금리가 내려가면서 수익성이 높아진 덕분이다. 실제로 4대 금융의 평균 순이자마진(NIM)은 지난해 3분기 1.79%에서 올해 3분기 1.84%로 오히려 0.05% 포인트 올랐다.
수수료 수입 등 비이자이익의 성장세는 한층 가팔랐다. 4대 금융의 3분기 합산 수수료 이익은 2조7564억원으로 지난해보다 7.4% 늘었다. 주식 시장이 호황을 이어가면서 증권수탁·펀드·수탁 등 과정에서 발생한 수수료 역시 급격하게 불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연말로 갈수록 금융 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제한 압박이 거세지는 만큼 4분기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5대 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의 전체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766조3718억원으로 1개월 사이 2조2769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부동산 ‘영끌’ 바람이 거셌던 6월(6조7536억원)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그 중 금융 당국의 ‘핵심 표적’인 주택담보대출은 월간 증가 폭이 1조2683억원에 그쳐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적었다. 특히 10·15 부동산 대책으로 갭 투자 억제 영향을 직격으로 받은 전세대출 잔액은 5385억원 감소했다.
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