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수출액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3.6% 늘면서 5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살얼음판을 걷는 형국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15대 주력 수출품목 가운데 반도체와 선박 등 일부 품목 쏠림 현상이 두드러진 탓이다. 주력 시장 중 미국 시장 수출액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2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1년 전보다 3.6% 증가한 595억7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추석 연휴로 조업일수가 이틀이나 줄었는데도 역대 10월 중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일평균 수출액이 지난해 10월보다 14.0% 늘어난 29억8000만 달러로 증가한 점이 주효했다. 품목별로는 반도체와 선박이 수출액 증가를 견인했다. 반도체 수출액은 지난해보다 25.4% 늘며 8개월 연속 수출 증가세를 기록했다. 선박 수출액 역시 131.2% 급증하며 올해 들어 가장 큰 증가폭을 보였다.
다만 이 같은 수출 증가세가 긍정적이라고만 보기는 어렵다. 지난달 15대 주력 품목 중 수출이 늘어난 품목은 반도체 선박 석유제품 컴퓨터 등 4개에 그쳤다. 반도체 수출액 비중이 워낙 크다 보니 다른 품목의 부진이 묻히는 모습이다. 지난 1~10월 누적 기준 반도체 수출액은 1354억400만 달러로 전체 누적 수출액(5793억 달러)의 23.4%를 차지한다.
수출액 비중 2위를 차지하는 미국 시장의 지난달 수출액이 전년 대비 16.2% 감소한 점도 중장기 수출 전망을 우려하게 만든다. 미국 수출액은 올 들어 가장 큰 낙폭을 기록하며 3개월 연속 감소세다. 반도체에 이어 두 번째로 수출액 비중이 큰 자동차 영향이 크다. 한·미 관세협상이 타결됐지만 25% 관세가 15%로 내려간 수준이어서 긍정보다는 부정 평가가 많다. 허정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번 협상으로 고관세가 고착화하면 향후 가격경쟁력과 비교우위가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기업들이 현지 생산을 늘리는 방향으로 전략을 바꿀 가능성이 크고 이에 따라 (수출로 직결되는) 국내 생산 비중이 감소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김혜지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