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취 대신 꽃향 솔솔… 쓰레기장 핫플 변신

입력 2025-11-03 02:06
지난달 30일 인천 서구 수도권매립장 내 폐기물 하역장에서 트럭들이 향균제 성분이 포함된 물을 분사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찾은 인천 서구 수도권매립장에서는 폐기물 하역 작업이 한창이었다. 서울·경기·인천 3개 시·도에서 쓰레기를 싣고 온 트럭들이 적재물을 와르르 쏟아냈다. 하루 약 300대의 트럭이 쏟아부은 쓰레기들은 거대한 산을 이뤘지만 악취는 감지하기 어려웠다. 쓰레기 더미 100m 앞에 서 있어도 악취가 나지 않았다. 숨을 깊이 들이쉬어야 미세하게 퀴퀴한 냄새가 풍기는 듯했다. 냄새 잡는 트럭들이 항균제를 희석한 물을 사방에서 뿌려대고 있었다.

인천시는 현재 사용 중인 수도권매립지 제3-1 매립장 활용을 올해를 끝으로 종료하기 원한다. 하지만 이른바 ‘님비’ 현상 등으로 지역주민의 반발을 뛰어넘지 못해 대체 매립지 선정은 난항을 겪고 있다. 이에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는 혐오시설 이미지를 탈피하고자 환경 피해를 최소화하고 시설 내 부지를 지역주민을 위한 공간으로 개방하고 있다.

수도권매립장은 오후 4시까지 해당 날짜에 들어온 쓰레기를 쌓은 후 오후 9시까지 5시간 동안 20㎝ 높이로 흙을 덮는 ‘일일 복토’ 작업을 진행한다. 폐기물관리법이 규정한 일일 흙덮기 기준인 15㎝를 초과 달성한 것이다. 그다음 작업 일에는 쓰레기가 아닌 흙 위에 새로운 쓰레기를 올린다. 김력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매립운영처 차장은 “제3매립장 주변이 청라, 검단 등 신도시로 둘러싸여 있어서 환경 피해 방지를 위해 법적 기준치보다 강화된 기준을 적용 중”이라고 설명했다.

수도권매립장 내 '드림파크 야생화단지'에 나들이 나온 시민들 모습.

공사는 연탄재 야적장이었던 부지를 습지생태지구, 야생초화지구 등으로 조성했다. 이날 찾은 야생화단지는 평일 낮인데도 다양한 식물과 지역축제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바닥 곳곳에는 청정 생태계의 상징인 두더지, 지렁이, 뱀 등이 다닌 흔적도 보였다. 2000년 매립이 종료된 제1매립장 부지에 마련된 골프장에서는 시민들이 골프를 치고 있었다. 평일 기준 지역주민은 6만원대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골프를 즐길 수 있다. 수영장, 경마장 등 체육시설도 있다. 골프장·야생화단지·체육시설을 찾은 방문객은 지난해 93만5797명으로 전년 58만8515명 대비 약 1.6배 증가했다.

송병억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사장은 “많은 지역주민이 쓰레기 매립장이라고 하면 지저분하고 냄새가 많이 날 것 같다고 걱정하지만 직접 와 보면 ‘밖보다 환경이 더 좋다’고 인식이 바뀐다”며 “앞으로도 이런 노력을 통해 환경기초시설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글·사진 황민혁 기자 ok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