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호혜적 협력 관계 발전을”… 習 “중·한 관계 생기 되찾아”

입력 2025-11-02 18:43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일 경북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양 정상은 전면적 관계 복원을 공식화했다. 경제협력 확대 등을 위해 70조원 규모의 통화 스와프도 체결했다. 경주=김지훈 기자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를 계기로 열린 첫 한·중 정상회담에서 ‘전면적 관계 복원’을 공식화했다. 두 정상은 회담과 국빈 만찬을 통해 경제·민생·문화 분야의 협력 강화를 약속했다. 대통령실은 “한·중 관계가 안정적 발전의 궤도에 올라섰다”고 밝혔지만 상견례 성격이었던 만큼 한반도 비핵화와 북·미 대화 재개 등 안보 현안의 실질적 진전은 이루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대통령은 지난 1일 경북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위해 한·중 양국의 전략적 소통이 강화되길 기대한다”며 “양국 관계가 수평적·호혜적 협력 관계로 발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이에 “오늘날 중·한 관계는 생기를 되찾고 있다. 사회제도와 이념의 차이를 뛰어넘어 협력의 에너지가 발산되고 있다”며 화답했다. 시 주석의 국빈 방한은 2014년 박근혜 정부 이후 11년 만이다.

두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민생과 경제협력 확대에 초점을 맞춰 70조원 규모의 통화 스와프를 체결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양국 금융·외환시장의 안정과 교역 증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보이스피싱·온라인 사기범죄 공동 대응, 2026~2030 경제협력 공동계획 수립 등 총 6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반면 안보 현안의 경우 깊이 있는 논의와 구체적인 성과가 이뤄지진 않았다. 이 대통령은 “최근 북·중 간 고위급 교류가 활발히 진행되는 등 대북 관여의 조건이 형성되고 있는 상황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위해 한·중 양국이 전략적 소통을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시 주석은 “한국의 평화와 발전을 위해 더 많은 긍정적인 에너지를 불어넣을 용의가 있다”고 답했지만 중재 방안이나 후속 조치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위 실장은 “양측이 북·미 대화의 중요성에는 공감했지만 중국 역할에 대해서는 논의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서해 잠정수역 내 철제 구조물 문제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서도 실무협의를 통해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로 하는 수준에서 논의가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시 주석은 회담 직후 이 대통령에게 중국산 샤오미 휴대전화를 선물했다. 이 대통령이 “통신 보안은 잘 되는지 궁금하다”고 말하자 시 주석이 “백도어(악성코드의 일종)가 있는지 확인해 보라”고 받아치면서 좌중의 웃음이 터졌다. 이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경주 황남빵과 바둑판 등을 선물했다.

이어진 국빈 만찬에서 시 주석은 중국 내 K콘텐츠 공연 재개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진영 대중문화교류위원장이 이를 제안하자 시 주석도 호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로런스 웡 싱가포르 총리와 회담을 갖고 양국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기로 합의했다. 이 대통령은 “제주도산 쇠고기와 돼지고기의 첫 수출 합의도 이뤄졌다”고 밝혔다. 웡 총리는 “한국과 함께 디지털 안보와 첨단기술 협력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화답했다. 양국은 방위산업 기술 공동연구, 디지털 범죄 대응 공조 강화 등에 관한 MOU도 체결했다.

경주=윤예솔 기자 pinetree2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