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사법개혁 일환으로 법원행정처 폐지를 본격 추진한다. 법원 인사와 예산 등 사법행정 전반을 다루는 핵심 기구인 법원행정처를 뜯어고치겠다는 것이다. 외부 인사가 과반을 차지하는 사법행정위원회 등의 대체 기구를 신설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유력하게 거론된다. 대법원장에게 집중된 권한을 외부 인사를 통해 견제하겠다는 취지지만, 사법부에 정치권의 영향력이 미치게 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은 3일 국회에서 정청래 대표가 참석하는 ‘사법불신 극복·사법행정 정상화 태스크포스(TF)’ 출범식을 연다. TF 단장은 변호사 출신인 전현희 최고위원이 맡는다. TF 구성은 정 대표가 직접 지시한 사안이어서 TF의 결론은 사실상 당론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법원행정처 폐지는 2017년 판사 블랙리스트 사건 등으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이 불거지면서 논의가 본격화된 사안이다. 2017년 구성된 국회 개헌특위 자문위원회는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기 위한 ‘사법평의회 신설’을 제안했었다. 소수의 엘리트 법관들로 구성된 법원행정처 대신 국회 선출 8인, 법관회의 선출 6인, 대통령 지명 2인 등 16명의 합의제 기구를 구성하는 방안이다.
20·21대 국회에서도 비슷한 내용의 법안이 꾸준히 발의됐다. 신설 기구의 이름과 구성 방식 등은 미세하게 다르지만, 취지는 대체로 비슷했다. 사법행정에 법원 외부 인사들을 참여시켜 대법원장의 권력을 견제하겠다는 것이다. 사법평의회라는 이름이 사법행정위원회나 사법행정회의 등으로 바뀐 정도다. 민주당은 개헌특위 제안과 기존 발의 법안을 중심으로 법원행정처 폐지 논의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당 안팎에선 외부 인사 참여가 거꾸로 사법 불신을 자초할 것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개헌특위 자문위 내에서도 “국회가 선출한 위원을 통해 국회의원이나 정파적 입장이 법관 인사와 재판 배정에 반영될 소지가 다분하다” “법원이 정치적 영향을 받고, 재판의 독립이 흔들릴 우려가 있다” 등의 우려가 나왔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