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는 장로교회의 중간 단위로 교회와 교회를 잇는 허리다. 감리교의 연회, 성결교의 지방회가 노회와 같은 개념이다. 총회에서 결의한 정책의 수행은 물론 목회자 인허, 교회 설립과 분립까지 관장하는 핵심 조직이지만 평신도에겐 여전히 낯설다. 예산 불투명성과 폐쇄적 운영 등의 지적도 받는다. 국민일보는 두 차례에 걸쳐 노회의 본래 역할과 현주소를 짚어보고 교회 공동체를 지탱하는 공적 단위로서 노회의 회복 가능성을 모색한다.
서울 마포구의 한 교회 청년부에 출석하는 박민주(가명·26)씨는 주보 한 귀퉁이에 적힌 문구에 눈길이 멈췄다. “우리 교회 담임목사님과 장로님이 ○○노회에 참석했습니다.” 하지만 박씨는 그 문구의 의미를 잘 알지 못한다. 박씨는 “어릴 때 노회 주최 대회에 참여한 기억은 있지만 정작 그곳이 뭘 하는 곳인지는 잘 몰랐다”며 “좀 크고 나서야 교회가 모인 연합 정도로만 이해하고 있을 뿐 지금도 크게 관심은 없는 편”이라고 말했다.
교인들에게 노회는 여전히 미지의 대상이다. 담임목사나 장로를 통해 이따금씩 언급되지만 구체적으로 노회가 어떤 일을 하는지, 무슨 결정을 내리는지 아는 교인은 드물다. 노회가 교단 행정의 중심이지만 일선 교회에서는 노회를 회의와 절차 중심의 조직으로만 보는 게 현실이다.
노회는 장로교회의 핵심이다. 교회가 독립성과 공공성을 지키도록 돕는 교회 정치의 운영 단위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과 합동 헌법은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에 여러 지교회가 있으므로 서로 협력해 교회를 보존하고 행정과 권징을 하기 위해 노회가 있다”고 규정한다. 현재 예장통합 69곳, 예장합동 165곳의 노회가 전국 각지에서 활동 중이다.
노회는 각 교회가 파송한 목사와 장로의 대표가 모여 교단 정책을 논의하고 개별 교회의 설립부터 통폐합까지의 절차를 결정한다. 목사 인허와 위임, 교회 분쟁 중재 등의 역할도 맡는다. 기독교대한감리회에서는 지역별로 조직된 의사결정기구인 ‘연회’가, 기독교대한성결교회 등에선 ‘지방회’가 이 역할을 수행한다.
노회는 재정적·사역적 연대의 장으로도 기능한다. 교회를 세우는 보이지 않는 손이다. 예장통합 ‘교회동반성장사업’이 대표적이다. 노회 단위로 재정을 모아 미자립교회와 농어촌교회를 돕고 있다. 담임목회자 생활비, 사택 보수비, 교육·선교비 등을 지원하며, 교회 간 격차를 줄이는 ‘상생 구조’로도 작동한다.
예장통합 총회 교회동반성장위원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69개 노회가 미자립교회 2214곳에 총 149억4206만원을 지원했다. 이 가운데 같은 노회 내 지원금은 127억700만원, 다른 노회 간 교차 지원금은 19억7000만원, 특별·기타 지원금은 2억원 수준이었다. 자립대상교회 월평균 지원금은 56만2408원으로 지난해보다 소폭 증가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노회의 역할이 점차 형식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한 노회 관계자는 2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노회가 교회를 세우는 공적 단위라기보다 행정 절차를 처리하는 조직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서로 돕는 연합의 장이라기보다 회의와 선거가 중심이 되는 자리로 변질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원금 배분이나 사업 선정 과정의 투명성도 떨어지고 구성원들의 관심이 낮다 보니 ‘책임 구조’가 희미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지나친 정치화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봄·가을 두 차례 열리는 정기노회는 목회자 안수와 교회 설립·통폐합 등의 행정 처리를 위한 자리지만 실제로는 자리 인선과 총대 선출 등 선거에 상당한 비중이 쏠리고 있다는 것이다.
예장합동 서울노회장 이상화 서현교회 목사는 “개별 교회가 하기 어려운 사역을 함께 연합해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이 노회의 존재 이유”라며 “행정 중심으로 흐르는 구조 속에서도 이런 공교회적 기능이 살아나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노회는 보완책으로 2023년 미래로함께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시니어 사역 연구 및 사례를 공유하고 미자립교회 목회자 지원 등을 맡고 있다. 이 목사는 “행정이 중심이 된 노회가 아니라 교회와 목회자를 실제로 세우는 사역 중심의 노회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동규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