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브르박물관에서 도난당한 보석 사진을 담은 인터폴의 포스터가 공개됐다. 인터폴은 수배 전단처럼 만든 포스터에 지난달 19일 털린 보석 8점의 위치 정보 등에 관한 협조를 요청하는 메시지를 첨부했다. 국제공조가 시급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보석을 찾지 못할 가능성은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들 보석을 포함해 인터폴의 도난·분실 예술품 데이터베이스에는 전 세계 5만7000점 이상의 작품이 사진과 함께 등록돼 있다.
희대의 루브르 절도 사건을 수사하는 파리의 검찰은 현재까지 용의자 7명을 체포했지만 보석의 행방은 오리무중이다. 수사 목표는 물론 훼손되지 않은 상태로 보석을 찾아내는 것이다. 일당이 사파이어와 에메랄드 등을 떼어내어 원형을 알 수 없는 상태로 팔아넘길 수 있기 때문에 검찰은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4인조 절도범이 루브르에서 훔친 보석은 돈으로 가치를 환산하기 어려운 문화유산으로 평가된다. 나폴레옹 1세가 부인 마리 루이즈 황후에게 선물한 에메랄드 목걸이와 귀걸이, 나폴레옹 3세의 부인 외제니 황후의 브로치, 마리 아멜리 왕비와 오르탕스 왕비의 사파이어 귀걸이와 목걸이, 왕관 등이 도난당했다. 루브르 측은 8800만 유로(약 1452억원)에 달하는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일당이 도주하다가 떨어뜨려 훼손된 외제니 황후의 왕관까지 고려하면 피해는 이미 회복 불가능한 수준이다.
한국의 특별검사는 전직 대통령 부인의 명품 장신구를 찾는 수사를 하고 있다. 다행히 상당수는 행방이 확인됐다. 김건희 여사의 선물 전달자 역할을 했던 건진법사가 선물을 잃어버렸다고 했던 진술을 뒤집고 몰래 보관 중이던 그라프사 목걸이와 샤넬 백 등을 특검팀에 제출했다. 건진법사는 얼마 전 법정에서 “진실을 말하고 처벌받는 게 마땅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앞서 김 여사가 20년 전쯤 홍콩에서 산 모조품이라고 주장했던 반클리프앤아펠 목걸이는 서희건설 측의 자수서와 함께 확보됐다.
선물을 전부 찾지 못할 수도 있다. 수사선상에 오른 선물 자체가 워낙 많았기 때문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 취임 첫해인 2022년 김 여사의 금품수수 목록은 명품 카탈로그를 방불케 한다. 특검과 검찰 수사에 따르면 김 여사는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인 2022년 3월 서희건설로부터 6000만원대 반클리프앤아펠 목걸이를 받았다. 이즈음 김 여사는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으로부터 당선 축하 명목으로 금거북이 선물도 받았다. 그다음 달에는 서희건설로부터 3000만원대 브로치와 2000만원대 귀걸이를 추가로 받았다.
통일교 측으로부터 김 여사가 받은 금품만 8293만원(천수삼 농축차는 제외)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 여사는 2022년 4월 초 802만원짜리 샤넬 백을 선물로 받았다. 7월 초에는 1271만원짜리 샤넬 백을 또 받았다. 7월 말에는 6220만원짜리 그라프사 목걸이를 받았다. 통일교와 서희건설 2곳의 선물만 합쳐도 2022년 한 해에만 최소 2억원에 가까운 금품이 오간 것이다. 이 밖에 김 여사는 그해 9월 최재영 목사로부터 300만원짜리 디올 백도 받았다. 로봇개 수입업자를 통해 5000만원대 바쉐론 콘스탄틴 시계를 500만원만 주고 샀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 시계와 서희건설에서 건넨 명품 중 귀걸이 등은 실물이 확보되지 않았다. 김 여사는 이들 명품을 왕의 선물 정도로 인식했던 게 아닐까. 경복궁 근정전을 찾아 용상에 앉았다는 의혹까지 제기된 김 여사는 스스로 조선의 왕이 되고 싶었던 건지 모르겠다. 헐값에 추락한 권력의 자리가 무상해 보인다.
김경택 사회부 차장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