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심한 관찰과 배려… 아픈 아이 곁 지키는 히어로 ‘간호사’

입력 2025-11-04 00:07

소아 병원의 병동은 종일, 그리고 밤새도록 쉼 없이 움직인다. 병실마다 아이들의 울음과 웃음, 보호자의 조용한 목소리가 뒤섞이고 그 사이로 의료진의 발걸음이 분주히 오간다. 그중에서도 가장 오랜 시간을 아이들 곁에서 보내며 병동의 하루를 지탱하는 사람들은 바로 간호사들이다. 입원한 아이들 대부분은 며칠째 열이 내리지 않거나 기관지염·폐렴 같은 호흡기 질환, 구토와 설사 등 위장관 증상으로 고통받는다.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은 하루 두 차례 회진을 돌며 아이의 상태를 평가하고 약 처방과 검사를 지시하지만 그 사이의 모든 시간 동안 아이들의 곁을 지키는 이는 간호사들이다.

그들은 수액이 잘 들어가는지, 주사 부위가 붓지는 않았는지, 약물 투여가 정확히 이뤄지는지 끊임없이 확인한다. 아이가 불편해 보이면 가장 먼저 다가가 살피고 보호자에게 약 복용 시 주의사항과 음식 섭취법을 친절히 설명한다. 병동의 시간은 간호사의 세심한 관찰과 손끝의 배려로 흘러간다.

한번은 고열로 입원한 두 살배기 아이가 있었다. 39도를 넘나드는 열이 사흘째 떨어지지 않아 보호자는 지쳐 있었고 아이는 낯선 병실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울음을 멈추지 못했다. 입원 3일째 새벽, 열이 조금 내렸는데도 아이가 계속 울자 보호자는 불안한 마음에 당직 의사를 찾았다.

그때 간호사가 조용히 병실 문을 열고 들어와 아이를 살폈다. 수액 라인을 하나하나 꼼꼼히 확인하던 그녀는 테이프 아래에서 미세하게 꺾인 라인을 발견했고 그것을 바로잡자 아이의 울음이 거짓말처럼 멎었다.

아이들의 혈관은 어른보다 훨씬 가늘고 피부도 약하다. 아무리 조심스레 붙여도 쉽게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의사의 진단이 치료의 큰 방향을 제시한다면, 간호사의 손길은 그 길을 완성하는 모든 조각이다. 아이들이 병원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간호사를 보면 미소 짓는 이유도 바로 그 친숙함과 따뜻함 때문이다.

밤이 깊어도 병동의 불빛이 꺼지지 않는 이유는 단지 아픈 아이들이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 불빛 아래에서 누군가의 아이를 자신의 아이처럼 돌보며 하루하루 작지만 값진 회복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을 이렇게 부른다. 소아 병원의 히어로, 병동 지킴이.

정성관 우리아이들의료재단 이사장, 대한전문병원협회 총무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