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명당 1명꼴… 대인 기피증도
갈비뼈 연골 재건 안정성 높지만
의사가 귀 모양 직접 조각 어려움
반대쪽 귀 스캔 3D 프린팅 활용 땐
수술시간 줄고 통증·부작용 감소
국가 과제로 연구·승인 지원해야
갈비뼈 연골 재건 안정성 높지만
의사가 귀 모양 직접 조각 어려움
반대쪽 귀 스캔 3D 프린팅 활용 땐
수술시간 줄고 통증·부작용 감소
국가 과제로 연구·승인 지원해야
"아기가 소이증인데 조언을 얻고 싶어요."
인터넷 육아커뮤니티에 종종 이런 상담 글들이 눈에 띈다. 소이증은 태어날 때부터 귀가 없거나 아주 작은 선천성 기형이다. 태아 단계에서 귀의 발달이 덜 일어나 발생한다. 보통 6000명당 1명꼴로 발생하지만 한국, 일본에선 3000명당 1명꼴로 조금 더 흔하다. 소이증 아이가 태어나면 많은 엄마들은 유전 요인이나 임신 중 질병, 약물 복용 때문에 그렇다고 자책감에 빠지기 쉽다. 하지만 소이증의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윤인식 강남세브란스병원 귀성형클리닉 교수는 3일 “소이증 아이들은 대부분 머리를 길러서 귀를 덮고 다니지만 심한 경우 교우관계 형성에 문제가 있거나 대인 기피증까지 겪는다”면서 “적절한 시기에 귀 재건 수술을 해 줘서 자신감을 회복시켜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년 전부터 3D프린팅을 이용한 귀 재건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 윤 교수에게 소이증 치료에 대해 들어봤다.
-어떤 유형이 있나.
“전형적 소이증은 외이도 폐색(귓구멍이 막혀 있음)이 동반되고 귓바퀴 없이 귓불만 흔적으로 남아 있다. 반면 비전형적 소이증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데, 전형적 소이증에 비해 남아있는 귓바퀴의 형태가 많은 것이 일반적이다.”
-청력에는 문제 없나.
“일반적으로 소이증은 한쪽 귀만 덜 발달돼 있기 때문에 대부분 듣는 데 큰 문제가 없다. 양쪽 귀가 다 소이증인 경우는 전체의 약 10%다. 양측성 소이증일 땐 청력에 문제없는지 꼭 확인하고 개선 치료를 먼저 받아야 한다. 어릴 때부터 ‘골도 보청기(귀 대신 두개골 통해 소리 전달)’를 사용하거나 필요 시 외이도 개방 수술을 해야 한다.”
-치료는 언제 하는 게 좋은가.
“귀 재건 수술은 반대쪽 귀의 성장이 어느 정도 끝나면 거기에 모양과 크기를 맞춰서 진행한다. 5세 이후 하는 것이 좋다. 보통 초등학교 입학 전이라 보면 된다. 다만 이건 보형물을 이용해 재건하는 것이고 자기 갈비뼈 연골을 활용하는 경우는 뼈가 성장한 이후 즉, 10세쯤 해야 한다. 비전형적 소이증은 어느 정도 귀의 형태가 남아있기 때문에 필요한 부문만 재건한다. 성인은 갈비뼈가 석회화돼 귀 재건 수술을 하기 어렵지만 할 순 있다.”
-왜 갈비뼈 연골을 쓰나. 수술은 어떻게.
“갈비뼈 외에는 몸에 귀를 만들 정도로 큰 연골이 없다. 연골 채취 부위에선 연골을 감싸고 있는 연골막을 잘 보존해서 귀 재건에 쓰고 남은 연골을 다시 넣어줘 함몰되지 않게 하고 연골이 재생되도록 한다. 수술은 2단계로 진행되는데, 6~9번 갈비뼈의 연골 부분을 채취해 귀 연골 형태로 조각해서 측면에 삽입하는 수술을 먼저 한다. 약 3개월 뒤 귓바퀴를 세워주는 2차 수술을 한다. 기존 3~4단계 수술에 비해 횟수가 적으면서도 결과가 우수해 현재 가장 많이 쓰이고 있다. 다만 상대적으로 수술이 어려워 제대로 할 수 있는 병원이 많지 않다. 이 때문에 해외에서도 귀 재건 수술을 받으러 우리나라를 많이 찾는다.”
-최근 3D프린팅 귀 재건 연구가 활발한 이유는.
“자기 연골로 귀를 재건하면 다른 재료에 비해 안정성이 높아 부작용이 적고 결과도 좋다. 하지만 재건할 귀의 모양을 의사가 수술실에서 조각해야 하는 번거로움과 어려움이 따른다. 수술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에 그만큼 환자에게 부담이 간다. 또 의사는 최대한 반대편 귀 모양과 비슷하게 만들려 하지만 똑같이 하기는 상당히 어렵다. 이런 이유로 3D프린팅을 이용한 귀 재건 연구가 활발하다. 정상인 반대쪽 귀를 스캔해 3D프린팅으로 귀 기틀을 만드는 것이다. 이 기술은 아직 상용화되지 않았다. 실용화된다면 수술 중에 갈비뼈 연골을 채취해 연골 기틀을 제작하는 과정이 필요 없기 때문에 수술 시간이 짧고 연골 채취로 인한 통증과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
-3D프린팅 귀 재건의 성과가 있나.
“연구는 오래전부터 있어 왔지만 실제 환자에게 수술한 사례는 드물다. 중국에서 얼마 전 연구 결과가 발표됐으나 장기 추적 결과를 내지 못했다. 대만과 미국에선 기존에 사용하던 보형물(메드포)을 재료로 3D프린팅해서 수술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은 5명 환자의 자기 연골을 3D프린팅해서 귀 재건에 성공한 바 있다. 장기 추적 결과를 연구 논문으로 발표했다. 앞으로 좀 더 연골 재생력이 뛰어나고 자기 연골 같은 생체 적합성, 안정성을 지닌 재료로 3D프린팅을 하고자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윤 교수는 “다만 3D프린팅으로 만든 귀 재건 보형물이 의료기기로 승인받는 과정이 매우 힘들고 규제가 많아 기업들이 선뜻 나서지 않고 있다. 국가 과제를 통해 연구개발하고 승인까지 얻을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글·사진=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