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함께하는 ‘행복밥상’… “안 믿던 자녀가 달라졌어요”

입력 2025-11-03 03:03
예즈덤 행복밥상 콘퍼런스 예배 참가자들이 지난달 31일 경기도 과천소망교회에서 손을 잡고 일어나 찬양하고 있다.

아들이 교회에 출석하지 않은 지 10년이 지났다. 어머니는 아들 걱정에 잠을 이루지 못했지만 성인인 아들에게 섣불리 말을 꺼내기도 어려웠다. 어머니가 마침내 시작한 것은 ‘행복밥상’이라 불리는 주 1회 가족 식사 모임이었다. 처음에는 밥상에서 나눈 말씀을 퉁명스럽게 듣던 아들이었다. 얼마 후 아들이 온라인 예배를 드리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스스로 주일 현장 예배에 참석하고 있다.

이 이야기는 지난달 31일 경기도 과천소망교회(장현승 목사)에서 열린 ‘예즈덤 행복밥상 콘퍼런스 예배’의 중심 주제였다. 종교개혁일을 맞아 열린 이 행사는 교회의 변화가 거창한 구호가 아닌 ‘가정의 식탁’에서 시작된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행복밥상은 주일 예배와 별개로 주 1회 식사 시간에 가족이 함께 모이는 밥상 예배를 실천하자는 운동이다. 이날 콘퍼런스도 예배의 형식을 빌려 식사를 함께하는 등 7시간 동안 진행됐다.

점심시간 행복밥상 체험을 위해 음식을 나누는 모습.

행복밥상 운동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5인 이상 집합금지 명령이 내려졌을 때 시작됐다. 장현승 목사는 이날 국민일보와 만나 “모든 소그룹이 멈췄을 때 유일하게 모임이 강화된 곳이 가정이었다”며 “이는 가정의 재발견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교회의 원형이 본래 밥을 먹던 가정 공동체였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콘퍼런스에서는 행복밥상을 실천하는 한 가정의 풍경이 영상으로 소개됐다. 거실 피아노 위에는 ‘잔소리, 공부 이야기 금지’ ‘다정한 목소리로 이름 부르기’와 같은 가족의 약속이 적힌 노란색 메모지가 붙어있다. 중학교 1학년 아들이 ‘오늘의 요리사’를 맡아 버섯을 썰고, 가족들은 촛불 켠 식탁에 둘러앉아 각자의 이름이 적힌 카드를 뽑아 서로에게 읽어주며 격려했다.

가족들은 다 함께 찬양을 부른 뒤, 한 주간 감사했던 일이나 각자의 경험을 먼저 나눈다. 정해진 성경 본문을 읽고 나눔지에 적힌 질문을 바탕으로 토론을 이어간다. 말씀카드를 뽑아 서로에게 읽어주거나 스무고개 같은 놀이를 곁들이기도 한다. 모임은 각자의 기도 제목을 공유하고 부모의 기도로 마친다.

장 목사는 “기존 가정예배가 일방적일 수 있었다면 행복밥상은 부모와 자녀가 말씀을 주고받고 나누는 쌍방향 소통이자 실질적인 체험”이라고 설명했다. 함께 행사를 연 예즈덤성경교육연구소 원장인 이대희 전 장로회신학대 교수는 이 밥상 모임이 역사적 전통에 뿌리를 둔다고 소개했다. 그는 종교개혁가 마르틴 루터가 동료들과 식탁에서 토론했던 식탁담화를 예수의 ‘최후의 만찬’과 같은 대화의 자리라고 봤다.

이 밥상 모임은 지난 5년간 500여 가정이 참여하며 지난 5월 기준 432곳의 ‘작은 가정교회’로 세워졌다. 이름만 불러도 ‘웩’ 하던 사춘기 자녀가 이제는 ‘기도하자’는 말에 자연스럽게 동참하게 됐고, 처음에는 행복밥상 모임을 거부하던 남편이 모임을 인도하게 되었다는 간증이 나왔다. 장 목사는 “결국 부모가 가정의 리더임을, 식탁이 가장 중요한 배움의 장소임을 회복하는 것이 개혁”이라고 말했다.

과천=글·사진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