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을 찾는 일은 평생의 숙제일 수 있지만 미국 작가 아키아나 크래매릭(31)은 8살에 예수님의 얼굴을 그린 ‘평강의 왕’으로 일찍 자신의 길을 발견했다. 정식 미술교육 없이도 탁월한 실력을 드러낸 그는 ‘신동’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어린 나이에 받은 관심은 부담과 시련으로 이어졌지만 그는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붓을 놓지 않았다.
최근 서울 서초구 사랑의교회(오정현 목사) 지하 5층 특별전시관에서 열린 첫 국제전에서 만난 아키아나는 자신의 재능을 “하나님이 주신 사명”이라 고백했다. “가난 때문에 교육을 받지 못했지만 하나님은 대신 열정을 주셨다”며 “매일 그림을 그리며 수많은 실수를 반복했고 기량을 키워갔다”고 했다. 재능이 없다고 절망하는 이들에게는 “누구에게나 인생의 목적을 찾는 순간이 반드시 있을 것”이라며 “내일을 기다릴 수 없을 만큼 열정이 솟아나는 일을 찾도록 많은 경험을 해보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아키아나는 TV도 없던 집에서 4살에 처음 그림을 그렸고, 8살 무렵 물감을 사용하면서 예술 세계가 폭발적으로 확장됐다. 그 시기에 ‘평강의 왕’이 탄생했다. 예수님의 얼굴은 밝음과 어둠으로 나누어졌지만 두 눈은 밝게 빛나고 있다. 그는 “소망과 고난의 대조 속에서도 예수님은 항상 우리와 함께하신다는 것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2003년 오프라 윈프리 쇼에 출연해 ‘어린 천재 화가’로 소개된 아키아나는 “모든 영감은 하나님에게서 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세상의 이목은 예상치 못한 어려움으로 이어졌다. ‘평강의 왕’을 전시하겠다며 가져간 뒤 돌려주지 않는 일까지 겪었다. 기도하던 중 비러브드 갤러리 설립자를 만나게 됐고, 20여년 만인 2019년 그림을 되찾았다. 아키아나는 “8살 때부터 모든 사람이 이 그림을 볼 수 있게 되길 바라던 꿈이 이뤄지던 순간”이라고 회고했다. 이어 “저뿐 아니라 많은 분이 살면서 고난과 어려움이 있을 텐데 절대 포기하거나 자신을 탓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평강의 왕’과 함께 ‘자화상’, 한국 여행 중 그린 ‘시간의 흐름’ 등이 소개된다. ‘시간의 흐름’은 남과 북의 갈라진 모습을 계곡과 나무로 형상화한 작품으로 “언젠가는 하나 되고 치유될 것이라는 소망이 담겼다”고 했다.
2일부터 시작된 전시는 교회 복도를 따라 이어진다. 작품 설명 영상과 어린 시절 방을 형상화한 공간, 다큐멘터리 상영도 마련됐다. 비러브드 갤러리는 도난당했던 ‘평강의 왕’을 구매해 소장할 정도로 그의 작품 세계를 지지해 왔고, 전시 준비 전반을 자발적으로 감당했다. 사랑의교회 역시 깊은 헌신을 더했다.
아키아나는 “비전을 제시하는 저널리스트 같은 화가”로 불리길 바란다고 했다. “예술을 통해 복음을 전하고 싶다는 마음은 한결같아요. 사람들이 하나님의 사랑을 경험할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것과 보이는 것,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다리가 되고 싶습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