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끊었다. 커피를 끊은 지 아직 일주일밖에 되지 않았지만, 나로서는 대단한 변화다. 평소 커피를 물처럼 마셨기 때문이다. 생각 없이 마시면 하루에 4~5잔을 마시기도 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말하곤 했다. 나는 커피를 아무리 마셔도 잠을 잘 자요. 그런데 커피를 끊은 지 5일 정도 지났을 때, 그게 사실이 아니었단 걸 알게 됐다. 카페에서 커피 대신 마실 음료가 별로 없어 고민 끝에 말차라떼를 마셨는데, 알고 보니 커피보다 카페인이 더 많았다. 그날 밤 피곤한데 잠은 오지 않아 뒤척이다 새벽 4시가 돼서야 잠들었다.
5일이 지났을 뿐인데 내 몸이 카페인에 정상적으로 반응한다는 사실이 적잖이 충격이었다. 나는 그동안 중독인 줄도 모르고 커피 중독자로 살고 있었다. 커피를 갑자기 끊으니 잔두통이 계속되는 후유증이 있었다. 그런데 일주일이 지나니 두통도 사라졌다. 카페인으로 몸을 억지로 깨어있게 하지 않으니까, 몸이 편안한 이완 상태로 있게 됐다. 당분간 이렇게 커피 마시는 것을 하지 않을 생각이다. 그러나 무언가를 하는 것보다, 하지 않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갈수록 삶에선 무언가를 하지 않는 삶보다 더 많이 하는 삶이 좋은 삶이라고,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암묵적인 동의 속에 살게 되는 것 같다. ‘해야 한다’라는 압박 속에 매일 자기 자신을 채찍질하며 살게 된다. ‘해야 한다’는 ‘해내야 한다’가 된다. 갓생도 살아야 하고, 휴식도 해야 하고, 인간관계나 생활도 원활하게 해야 한다. 매일 갱신되는 할 일의 목록에서 이미 허우적거리는데, 파도가 밀려 나갔다 다시 밀려오듯 또 다른 할 일이 잔뜩 밀려온다. 이 파도는 나를 어디로 데려갈까, 그런 생각 할 겨를도 없이. ‘해야 한다’는 불안에서 기인한다. 불안은 내 마음을 고요히 들여다볼 틈도 없이 계속 무언가를 하게 만든다. 그러니 우선 커피 마시기를 안 하는 것으로부터 나를 건져내는 연습을 하기로 한다. 불안과 압박 속에서 나를 계속 굴리는 것이 아니라, 내 발밑의 고요를 바라보는 연습을.
안미옥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