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회 말 한화 이글스 마지막 타자 채은성의 빗맞은 땅볼 타구가 LG 트윈스 마무리 투수 유영찬에게 흘렀고, 이내 공은 1루수 글러브 안으로 들어갔다. 2025 KBO리그 챔피언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LG 선수들은 일제히 그라운드로 뛰어나와 환호했고, 마운드에 모여 2년 전과 같이 ‘캉캉’ 춤을 추며 기쁨을 누렸다.
LG는 31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5 KBO리그 코리안시리즈(KS, 7전 4선승제) 5차전에서 한화 이글스를 4대 1로 제압하고 시리즈 전적 4승 1패로 통합 우승을 달성했다. 2023년 이후 2년 만에 왕좌에 복귀한 쌍둥이 군단은 1990년, 1994년을 포함해 통산 네 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5차전 최우수선수(MVP)에 오른 앤더스 톨허스트(LG)는 7이닝 1실점 호투로 팀의 올 시즌 마지막 승리를 책임졌다. 김현수는 3안타를 몰아치며 포스트시즌 최다 루타 기록에서 홍성흔(은퇴·149개)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시리즈 MVP를 차지하며 겹경사를 누렸다.
올해 LG는 시즌 내내 압도적 공격력을 자랑했다. 정규시즌 팀 타율(0.278)을 비롯해 안타(1366개), 타점(732개), 득점(788개), 출루율(0.361)까지 타격 주요 지표 8개 중 5개 부문에서 1위를 기록했다. 기세는 KS에서도 이어졌다. 5경기 동안 평균 7점을 올렸다.
염경엽 LG 감독은 재임 기간 두 번에 걸쳐 통합 우승을 일궈내며 명장 반열에 올랐다. 선수 시절 10년간 타율 0.195(1449타수 283안타)로 큰 빛을 보지 못했지만, 구단 프런트 직원과 코치로 인생 2막을 열었다. 염 감독은 현대 유니콘스 운영팀 과장을 시작으로 LG 수비코치 등을 거쳐 2013년부터 4년간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지휘봉을 잡았다.
염 감독은 2018년 SSG 전신인 SK 와이번스 단장으로 KS 우승을 경험했다. 하지만 SK 감독 시절(2019∼2020년)을 포함해 지도자로서는 우승과 인연이 없었다. 다만, 2023년 야구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부임 첫해에 LG의 29년 만의 우승을 이끌었다. 올해 시즌 중반과 막판 위기에도 선두를 지켜내며 끝내 KS까지 제패했다.
대전=최원준 기자 1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