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U 26만장 받는다… 韓·엔비디아 ‘AI 동맹’

입력 2025-10-31 18:51 수정 2025-11-01 04:39
이재명 대통령이 31일 APEC 정상회의장인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와 면담 전 기념 촬영을 마친 뒤 자리를 안내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정부와 주요 기업이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26만장을 우선 공급받는 대규모 ‘인공지능(AI) 동맹’을 구축했다. 최대14조원에 달하는 규모다. 이번 협력으로 정부가 추진 중인 ‘소버린(주권형) AI’ 사업과 차세대 AI 인프라인 ‘AI 팩토리’ 구축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정부는 엔비디아와 손잡고 AI 에이전트에서 피지컬 AI로 이어지는 미래 첨단 시장을 개척해 나갈 계획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31일 경북 경주시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의 특별연설자로 나서 “삼성전자, SK그룹, 현대차그룹, 네이버 등 한국에 26만장의 GPU를 투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제 한국은 가장 많은 AI 인프라를 보유한 주권 국가이자 AI 프런티어(개척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엔비디아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5만장, 삼성전자·SK그룹·현대차그룹에 각 5만장, 네이버에 6만장의 GPU를 공급할 예정이다. 앞서 엔비디아가 예고했던 한국을 위한 ‘깜짝 선물’이 APEC CEO 서밋 마지막 날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했다.

한국은 전 세계적으로 품귀 현상을 보이는 GPU를 먼저 공급받아 AI 개발과 디지털 전환을 가속할 수 있게 됐다. 엔비디아는 한국 정부와 기업이 먼저 GPU를 할당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입장이다. 레이먼드 테 엔비디아 아시아태평양 지역 총괄 부사장은 “한국이 보유한 AI용 GPU는 6만5000장 수준에서 30만장 이상으로 늘어나게 된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엔비디아 GPU를 독자AI 파운데이션 모델 및 국가 AI 컴퓨팅센터 구축 사업에 활용할 계획이다. 4개 기업과 함께 ‘AI 팩토리’ 구축에도 나선다. 자율주행·로봇, 반도체, 제조업 등 산업 전 과정에 AI를 접목하는 것이다. AI 팩토리는 데이터 저장·관리 중심의 일반 데이터센터와 달리 데이터를 원료삼아 ‘지능’을 대량 생산·가공·공급하는 AI 시대 핵심 인프라다. 엔비디아는 AI 팩토리를 기반으로 한국과 피지컬 AI 협력을 공고하게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황 CEO는 “한국처럼 피지컬 AI와 로보틱스 분야에서 지식·기술·시장을 모두 갖춘 나라는 드물다”며 “AI 인프라 구축을 통해 한국에 AI 생태계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황 CEO는 특별연설에 앞서 이재명 대통령을 접견했다. 이 대통령은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황 CEO를 만나 “대한민국은 AI 시대를 가장 먼저 열어가는 시험지 같은 공간이다. 크게 성공할 거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국민이 엔비디아 투자에 관심을 많이 두고 있는 만큼 정부가 이를 전폭 지원하겠다”면서 “엔비디아도 동참해 인프라와 기술, 투자가 선순환하는 AI 생태계를 함께 만들어가자”고 당부했다. 이에 황 CEO는 “한국의 AI 발전을 위해 계속해서 협력하고 노력해 차량, 제조업, 반도체 공정 등이 발전하는 여정을 함께 하겠다”고 화답했다.

경주=양윤선 윤예솔 기자 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