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에 연루된 민간업자들이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고 모두 법정구속됐다. 의혹 핵심 인물인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와 유동규 성남도시개발공사 전 기획본부장은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 2021년 10월 첫 기소 이후 약 4년 만에 내려진 판결이다. 재판부는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판단을 내리지 않았지만, ‘성남시 수뇌부’가 관여했을 가능성을 열어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조형우)는 31일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김씨와 유 전 본부장에게 징역 8년, 남욱 변호사에게 징역 4년, 정영학 회계사에게 징역 5년, 정민용 변호사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씨에게 추징금 428억165만원, 유 전 본부장에게 벌금 4억원·추징금 8억100만원, 정 변호사에게 벌금 38억원·추징금 37억22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도망의 염려’를 이유로 피고인 모두를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예상이익의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확정이익을 정한 공모 과정을 그대로 체결해 (성남도시개발)공사로 하여금 정당한 이익을 취득하지 못하게 하고, 나머지 이익을 내정된 사업자들이 독식하게 하는 재산상 위험을 초래했다”며 “공공에 돌아갔어야 할 막대한 택지개발 이익이 민간업자들에게 배분됐다”고 질타했다. 다만 검찰이 기소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에 대해서는 “민간업자들이 얻은 재산상 이익을 구체적으로 산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추징액 역시 민간사업자가 얻은 이익 대부분(7804억원)의 추징을 요청한 검찰 구형과 달리 약 473억원 추징만 선고했다.
김씨 등 민간업자들과 유 전 본부장은 대장동 개발 사업과 관련해 화천대유에 유리하도록 공모 지침서를 작성해 화천대유가 참여한 ‘성남의뜰’ 컨소시엄이 우선 협상자로 선정되도록 해 7886억원의 부당이익을 챙기고, 성남도시개발공사에 4895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 등으로 2021년 10~12월 재판에 넘겨졌다. 이 사건은 법관 인사로 공판 갱신 절차만 세 차례 이뤄지며 장기화됐다. 총 190여차례 공판을 거쳤으며 법원에 제출된 수사·재판 기록은 25만쪽에 달한다.
재판부는 해당 사건의 이 대통령 관여 여부에 대해 직접적인 판단을 내리진 않았다. 재판부는 유 전 본부장이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했지만, 수뇌부가 결정하는 데 있어 중간 관리자 역할만 했다”고 밝히면서도 구체적인 지시자를 판단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2014년 6월 28일 김씨가 정진상 당시 성남시 정책실장과 만나 의형제를 맺은 자리에서 대장동 사업권을 약속받았다는 점 역시 인정했다.
성남시장으로서 대장동 사업의 최종 결정권자였던 이 대통령은 이 사건으로 별도 기소됐지만,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에 따라 당선 후 재판이 사실상 정지된 상태다. 재판부는 대선을 앞둔 지난 3월 이 대통령을 증인으로 소환했지만 다섯 차례 불출석했다. 현재는 정 전 실장에 대한 재판만 진행 중이다.
윤준식 박재현 기자 semip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