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마스가, 핵잠까지 영역넓히자” 트럼프 “굉장히 논리적” 밤사이 논의 급진전

입력 2025-10-31 00:02 수정 2025-10-31 00:21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월 26일(현지시간) 미국 필라델피아의 한화 필리조선소에서 '스테이트 오브 메인'호 명명식 축사를 하고 있다. 이 선박은 미국 해양청이 발주한 국가 안보 다목적 선박(NSMV) 5척 중 3호선이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전날 비공개 정상회담에서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의 영역을 핵잠수함 건조로 넓히는 것이 미국에도 유리하다며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굉장히 논리적이고, 동의한다”며 즉각 지지의 뜻을 표명했다.

30일 대통령실과 정부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전날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국은 훌륭한 조선 기술이 있지만 잠수함 건조는 디젤 연료로만 제한돼 능력을 십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마스가 프로젝트의 조선 협력의 영역을 핵잠까지 넓히는 게 미국에도 이득이지 않느냐”는 취지로 말했다. 이 대통령은 한국이 캐나다 등 국가에서 수십조원 규모의 잠수함 입찰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는 구체적 사례도 설명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굉장히 논리적”이라고 호응했다. 이어 “절차를 체크해봐야겠지만, 매우 동의한다. 그리고 우리는 대통령제(국가)다”라며 “어떤 절차가 필요한지 알아보겠다”는 말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의회 동의 과정이 필요하더라도 백악관 차원에서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하루 만인 이날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언급하며 한국의 핵잠 건조를 승인했다.

정부는 사업가적 마인드가 강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의 산업적 이득을 함께 부각하며 접근한 전략이 먹혀들었다고 보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필리조선소에서 만들어 팔면 미국에도 이득이라는 판단을 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8월 1차 한·미 정상회담 때도 비공개회의에서 핵잠 의제를 먼저 꺼냈다고 한다. 그러나 당시는 도입 필요성을 설명할 시간이 짧게 주어졌고, 미 측도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 대통령이 전날 공개 모두발언에서 작심하고 핵잠 도입 요구를 내놓은 건 이번 기회에는 기필코 한국의 숙원사업을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 때문이라고 여권 관계자는 설명했다. 김남준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핵잠을 (공개) 언급한 점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에게 ‘대단하다’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중국과 북한을 동시에 견제하고자 하는 미국의 안보적 이해관계도 승인 배경으로 꼽힌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MBC 뉴스에 출연해 “북한은 핵 잠수함을 개발한다고 발표까지 했다”며 “이런 여건 변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서는 핵잠 능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미국과) 논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경주=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