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찬스·법인 자금… 부동산 의심 거래 2600여건

입력 2025-10-31 02:06

30대 사회초년생 A씨는 서울 소재 수십억원 상당의 아파트를 취득하면서 보유 중인 아파트 매도액 수십억원을 ‘자금조달계획서’에 적어냈다. 세정 당국은 사회초년생이 기존에도 초고가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에 기존 아파트 취득자금 출처를 면밀히 조사한 결과 A씨 모친이 지급한 돈으로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은 증여세 등 수억원을 추징했다.

국세청은 잇따른 대출규제 강화로 가족 등 개인 간 채무를 활용하는 의심거래 사례가 늘자 국토교통부와 협의해 부동산 자금조달계획서를 기존 한 달 주기가 아닌 실시간으로 공유받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30일 밝혔다. 자금조달계획서는 부동산 취득 시 구매자금을 어떤 경로로 마련했는지 기재하는 서류다. 자금 출처의 적정성을 검증할 수 있는 기초자료로 활용된다.

국세청은 최근 신고된 자금조달계획서를 분석한 결과 ‘부모찬스’ 등으로 돈을 조달하고 투기성 거래를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본다. 부동산 취득 때 ‘금융기관 외 기타 차입금’을 자금 출처로 신고한 금액은 지난해 월평균 1700억원에서 올해 2400억원으로 41.2% 늘었다. 해당 거래 건수도 같은 기간 월평균 700건에서 1000건으로 42.8% 증가했다.

오상훈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은 “현재는 주택 취득 시 시군구 자치단체에 자금조달계획서를 제출하면 국토부에서 분석해 혐의가 있는 자료를 한 달 정도 주기로 받고 있다”며 “앞으로 실시간으로 증빙자료까지 받음으로써 문제가 있는 경우 바로 탈세 혐의 등을 분석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갭투자’(전세 낀 주택 구입)를 통한 자금 조달 사례도 크게 늘었다. 국세청에 따르면 올 1~9월 부동산 취득자금 경로로 신고한 임대보증금 등은 월평균 1조5000억원으로 지난해(1조3000억원)보다 13.3% 늘었다. 월평균 건수는 2만7000건으로 1년 전(2만2000건)보다 22.7%나 급증했다.

법인자금을 유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개인병원 운영자인 B씨는 서울 소재 재건축 아파트를 현금 수십억원을 주고 구매했다. 자금 출처를 조사한 결과 비급여 진료비를 현금으로 받고 소득신고를 누락해 축적한 자산으로 확인됐다.

정부 확인 결과 지난 6월 이후 확인된 부동산 의심거래 건수는 2696건에 달했다. 투기 목적의 기획부동산이 1123건으로 가장 많다. 이어 전세사기(893건), 서울 내 주택이상거래(376건), 부동산 직거래(304건) 순으로 나타났다. 국토부는 이 중 35건을 경찰청에 수사 의뢰했다.

국무조정실과 국토부 등은 다음 달 3일 범부처 ‘부동산 감독 추진단’을 출범한다고 이날 밝혔다. 부동산 불법행위 조사·수사 연계·협업을 강화해 신속 대응하겠다는 취지다. 부동산 탈세 신고센터도 설치해 탈세 제보 수집도 강화한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