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정의선·젠슨 황 ‘깐부 회동’… “좋은 소식 전하겠다”

입력 2025-10-31 00:06 수정 2025-10-31 00:06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 참석차 방한한 젠슨 황(오른쪽) 엔비디아 CEO가 3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치킨집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치맥 회동’을 하고 있다. 뉴시스

15년 만에 방한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치맥 회동’이 30일 성사됐다.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모빌리티 등 미래 첨단 산업을 이끄는 리더들이 한 자리에 모인 만큼, 단순 친목을 넘어 향후 기업 간 협력을 논하는 장으로 업계 안팎의 기대를 모았다. 황 CEO는 이날 오후 3시쯤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세 사람은 오후 7시30분 서울 강남구 깐부치킨 삼성점에서 만났다. 현장은 이들을 보기 위해 몰려든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트레이드마크인 검은색 가죽 자켓을 입고 가장 먼저 도착한 황 CEO는 시민들을 향해 “고맙다”고 인사를 전했다. 뒤이어 흰색 후드티에 회색 패딩 조끼를 착용한 정 회장이 가게 안으로 들어섰고, 이 회장도 상아색 상의와 흰색 바지의 편안한 모습으로 입장했다.

황 CEO는 식당으로 들어가기 전 기자들과 만나 “내일(31일) 경주에서 이재명 대통령을 만나는 것이 무척 기대된다”며 “엔비디아는 한국과 많은 발표를 할 예정이다. 정말 좋은 소식과 함께 진행 중인 많은 프로젝트를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식당 이름인 ‘깐부’ 뜻을 아는지 질문에는 “저는 친구들과 치킨과 맥주를 함께 즐기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깐부는 그런 자리에 딱 맞는 곳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황 CEO는 회동 도중 밖으로 나와 시민들에게 한국 김밥과 바나나우유, 치킨을 나눠주는 ‘깜짝 팬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창가 자리에 자리를 잡은 총수들은 악수를 나눈 뒤 맥주잔을 부딪혔다. 테이블에는 치즈볼, 치즈스틱과 함께 순살과 뼈 치킨이 한마리씩 올랐다. 황 CEO는 일본 산토리 싱글몰트 위스키 하쿠슈 25년산과 엔비디아의 개인용 AI 슈퍼컴퓨터 ‘DGX 스파크’ 신제품을 이 회장과 정 회장에게 선물했다. 선물에는 “우리의 파트너십과 세계의 미래를 위해”라는 문구가 담겼다. 황 CEO는 직접 건배를 제안하는가 하면 어린이 팬이 입은 옷 위에 사인을 해주기도 했다. 세 사람이 팔을 걸고 ‘러브샷’을 하는 광경도 연출됐다. 이 회장은 가게 안 손님들의 음식값을 모두 계산하는 ‘골든벨’을 울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깐부 회동을 계기로 삼성전자와 엔비디아의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논의가 보다 구체화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현재 엔비디아에 6세대 HBM4 납품을 추진하며 성능평가(퀄 테스트) 단계를 진행 중이다. 현대차그룹이 신사업으로 내세우는 자율주행과 로봇 역시 엔비디아와의 지속적인 협력이 필수인 분야다.

1시간가량 이어진 치맥 회동 이후 이 회장과 정 회장은 황 CEO의 차량을 타고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리는 엔비디아 그래픽카드(GPU) ‘지포스’의 한국 출시 25주년 행사에 참석했다. 당초 행사에는 황 CEO만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이 회장과 정 회장이 전격 합류를 결정하면서 세 사람이 함께 무대에 올랐다.

박선영 기자 pom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