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0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만족감을 드러냈지만 이번에 미국이 얻어낸 것은 많지 않다. 오히려 중국과 협상하는 과정에서 치명적인 약점들을 드러냈다.
미국이 대중국 ‘펜타닐 관세’를 기존 20%에서 10%로 10% 포인트 낮춰주는 대가로 얻은 것은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1년 유예’와 ‘미국산 대두 수입 재개’다. 이 두 가지는 모두 지난 4월 미국이 관세전쟁을 시작한 이후 중국이 취한 보복 조치들이다. 이를 원상 복구해주고 관세를 10% 포인트 낮춤으로써 중국 기업들은 대미 수출 부담을 덜게 됐다.
미국은 대중국 상호관세 24% 부과 유예를 1년 연장하고, 중국의 자동차용 반도체 수출 중단으로 완성차 업체 가동 중단 위기를 불러온 ‘수출 통제 50% 관통 규칙’도 1년간 시행을 중단했다. 중국산 선박 등에 대한 입항 수수료 부과의 근거가 된 중국 해운·물류·조선업에 대한 ‘301조 조사’ 조치도 1년간 중단하기로 했다. 중국은 각각의 조치에 대한 보복을 철회한 것 외에는 양보한 게 없다.
중국은 미국의 공세에 맞서 희토류·대두 농가 같은 미국과 트럼프 행정부의 약점을 정확하게 공략했다. 고율관세를 무기로 우방국과 동맹국들에도 강압적 행태를 보이던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앞에선 꼬리를 내리곤 했다.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중단하면 미국의 공장들이 멈추고, 미국산 대두 수입을 재개하지 않으면 트럼프 정권의 핵심 지지층인 대두 농가가 막대한 손실을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국은 국익을 수호하기 위한 전략무기로서 희토류의 막강한 위력을 확인했다. 미·중 무역전쟁이 언제든 재발하면 중국은 희토류 카드를 또다시 들고나올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이를 무력화하기 위해 호주, 일본, 한국 등 우방국들과 독자적인 공급망 확보를 추진 중이지만 경쟁력을 갖추려면 3~5년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은 중국의 희토류 카드에 맞설 수단이 마땅치 않다.
중국은 이번 무역전쟁을 통해 미국의 압박에 대등하게 맞설 수 있는 초강대국으로서 위상을 대내외에 과시했다. 미국으로부터 고율관세를 부과받고도 적절한 대응 수단이 없어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인도, 브라질, 캐나다 등과 비교하면 중국의 확실한 우위가 드러난다. 주펑 난징대 교수는 뉴욕타임스(NYT)에 “트럼프가 무역전쟁을 시작한 이후 미국에 맞서 일대일로 대응한 국가는 중국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시 주석이 이날 정상회담에서 “대국으로서 책임”을 강조한 것도 중국이 미국과 대등한 국력을 갖췄다는 자신감의 발로로 풀이된다. 로이터통신은 “중국은 이번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G2(양대 강국)로 규정한 것에 만족한다”고 전했다. NYT는 “중국은 트럼프가 승리를 주장하게 내버려두면서도 더 강해져서 물러나는 기술을 익혔다”고 평가했다.
베이징=송세영 특파원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