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추진 잠수함은 해상 전력의 판도를 뒤바꿀 게임체인저다. 재래식 디젤 잠수함과 달리 장거리·장시간 수중 작전이 가능해 전략적 의미가 크다.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위협에 대응하는 실질적 전략자산으로, 한반도 주변과 원양에서 정찰·대잠·타격·감시 능력을 대폭 강화해 억제력의 핵심축으로 작동할 수 있다.
한국형 핵추진 잠수함의 도입은 북핵 억제력을 대폭 강화하는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반면 핵무기 전환 가능성을 의식할 주변국의 신뢰 확보와 비확산 보장 등 해결해야 할 숙제도 적지 않다.
해군은 5000t급 이상 규모로 설계·건조 예정인 장보고III 배치III 잠수함을 핵 추진 체계로 전환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장보고III급은 크기와 중량, 전력 수요 측면에서 소형 원자로 탑재가 가능한 최적의 플랫폼으로 평가된다. 군은 현재 잠수함의 대형화와 함께 장기 작전 능력을 확보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해군은 정부 방침에 따라 2030년대 중반 이후 실전배치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
장보고III 배치III에 핵 원자로가 탑재되면 우리 해군의 작전 범위는 획기적으로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 기반의 기존 디젤 잠수함은 일반적으로 수일에서 최대 2주가량 잠항할 수 있다. 장거리 원해 작전 시 연료 충전을 위해 주기적으로 부상해야 해 은밀성이 제한된다. 반면 핵추진 잠수함은 연료 보충 없이 수개월간 잠항할 수 있어 장거리 원해는 물론 대양에서도 지속적인 임무 수행이 가능하다. 특히 북한의 SLBM 위협을 은밀히 탐지해 한·미 연합의 타격능력과 연계하면 한반도의 핵 억제력에서 핵심축으로 기능할 수 있다.
군사 전문가들은 핵잠수함 건조에 필요한 기술과 역량이 충분히 갖춰진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노무현정부 때 핵추진 잠수함 건조사업(362사업) 단장을 지낸 문근식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해군은 과거 대형 구축함(이지스급) 개발을 예산·기술 문제로 중단했지만 비공개·응용 연구를 통해 핵심기술 역량을 축적했고, 잠수함과 원자로 건조 능력은 현실적 가능성이 됐다”고 설명했다.
역내 긴장 고조와 주변국 반발 우려는 걸림돌이다. 특히 중국은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도입 시도가 미국의 대중 견제 전략과 맞물려 진행되는 것으로 보고 경계감을 높이고 있다. 궈자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중국은 한·미 양국이 핵 비확산 의무를 실질적으로 이행하고, 지역 평화를 촉진하는 일이 아닌 그 반대를 하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한국이 추진하는 핵 원자로는 핵무기 개발과 성격이 다르다. 다만 추진 플랫폼 개발일지라도 기술과 인프라가 축적되면 전략적 해석에 따라 핵무기 개발로 전환될 수 있다. 군 관계자는 “핵잠수함 건조는 미국의 엄격한 관리·감시 이래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며 “필리조선소 건조라는 조건을 단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라고 말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