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핵잠수함 건조” 콕집은 한화… 현지 시설·인력 확보에 시간 걸릴 전망

입력 2025-10-31 02:02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한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30일 경남 거제 한화오션 조선소를 방문해 3600t급 잠수함 '장영실함'을 시찰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데이비드 맥귄티 캐나다 국방장관, 김민석 국무총리, 카니 총리,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전격 승인하며 그 파트너로 ‘한화’를 지목한 데는 미국 조선업 부흥과 대중 견제 의도 등이 종합적으로 담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화오션이 미국 현지에 한화필리조선소를 보유하고 있고 한·미 조선산업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에서 핵심 역할을 맡고 있는 점, 한화 자회사가 중국 정부의 제재 대상으로 지목된 점 등이 두루 작용했다는 것이다.

한화오션은 또 장보고-Ⅰ·Ⅱ·Ⅲ 모델 등 정부가 발주한 24척 중 17척을 직접 만드는 등 국내 최다 잠수함 건조 실적을 갖고 있다. 2011년 인도네시아에 3척을 수출하기도 했다.

한화는 “양국 정부에 적극 협조하겠다”며 환영 뜻을 밝혔다. 이어 “첨단 수준의 조선 기술로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며 “필리조선소 등을 통한 투자 및 파트너십은 양국의 번영과 공동 안보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단시일 내 핵추진 잠수함 건조 현실화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많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필리조선소는 현재 실내 도크 등 잠수함을 만들기 위한 설비와 관련 인력을 갖추고 있지 않다”며 “설비 확보, 인력 확충 등에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필리조선소는 미국에서 석유화학제품 운반선, 컨테이너선 등 상선을 주로 만들어왔다. 방산 분야에서는 해군 수송함의 수리·개조 사업을 맡은 바 있다. 한화오션·한화시스템은 지난해 12월 약 1억 달러를 투자해 이 조선소를 인수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한화 측이) 뛰어난 기술력을 가진 건 사실이지만, 미국의 핵추진 잠수함 규모 등을 따져보면 관련 연구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라며 “기본설계와 상세설계, 사업자 선정 및 건조 일정 등을 고려하면 초도함은 2030년 초에나 진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화오션이 최근에 건조한 잠수함은 3000t급으로 미국의 LA급(6000t 이상), 버지니아급(7800t 이상)과는 규모 차이가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국내 HD현대 등과 연계해 공동으로 설계, 건조 등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업계에선 이번 핵추진 잠수함 승인이 국내 조선업 ‘블루오션’인 특수선 수출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본다. 배기연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한국 조선업체의 직접 투자에 따라 전투함 외에도 미국 상선 및 군함 시장에서 대체 불가 지위를 선점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한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을 방문해 ‘장영실함’ 등을 둘러봤다. 캐나다는 현재 60조원 규모의 초대형 잠수함 사업을 발주한 상태이며, 한화오션은 이 사업의 최종 결선에 올라있다.

김동관 부회장은 “한국과 캐나다의 장기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도록 한화그룹의 모든 역량을 총결집할 것”이라고 밝혔다. 카니 총리는 방명록에 “세계를 하나로 잇고 지켜내는 훌륭한 기업을 만들어 낸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고 적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