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시장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하했다. 지난달에 이어 2회 연속 금리를 내린 것이다. 연준은 동시에 2022년 6월 재개했던 양적긴축(대차대조표 축소·QT)을 12월 1일부터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29일(현지시간) 연준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연 4.00~4.25%에서 3.75~4.00%로 내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최근 부진한 고용 시장이 금리 인하의 주요 배경이다. 연준은 “올해 들어 고용 증가세는 둔화됐으며 실업률은 다소 상승했지만 8월까지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라며 “최근 몇 달간 고용 하방의 위험이 커졌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번 금리 인하는 투표권을 가진 12명의 FOMC 위원 중 10명이 찬성하고 2명이 반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경제 책사’로 불리는 스티븐 마이런 연준 이사는 0.5% 포인트 인하(빅컷)를 주장했지만 제프리 슈미드 캔자스시티 연은 총재는 금리 동결을 주장했다. 2명이 반대한 것은 종종 있는 일이지만 이처럼 상반된 입장을 보인 것은 이례적인 일로 평가받는다.
또 연준은 12월 1일부터 양적긴축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양적긴축은 연준이 보유 중인 채권을 매각하거나 만기 후 재투자를 하지 않는 방식으로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는 방식이다. 채권을 사들이면서 시중에 통화를 공급하는 양적완화(QE)의 반대 개념이다. 이는 최근 단기 자금시장에서 유동성이 떨어지는 징후가 나타난 데 따른 조치로 해석된다.
다만 12월 9~10일 예정된 올해 마지막 FOMC에도 연준이 기준금리를 내릴지는 불투명하다. 연준이 추가 인하 가능성에 신중한 입장을 보여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FOMC 회의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12월에 금리를 추가로 인하하는 것은 기정사실이 아니다”라며 “정책이 정해진 경로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은도 쉽게 금리를 내리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서울 등 수도권 집값 상승세가 꺾이지 않으면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2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유동성을 더 늘려 부동산 시장에 불을 지피는 역할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은 30일 기준금리인 단기 정책금리를 현 수준인 연 ‘0.5% 정도’로 동결했다. 이달 21일 출범한 다카이치 사나에 내각과 정책을 조율하기 위해 금리 인상을 보류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