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0일 미 국방부에 핵무기 실험을 시작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발언의 구체적 의미는 분명치 않지만, 미국이 핵탄두 폭발 실험을 33년 만에 재개할 경우 강대국들의 핵 군비 경쟁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트루스소셜에서 “다른 나라들의 실험으로 인해 나는 동등한 기준으로 우리의 핵무기 실험을 시작하도록 전쟁부(국방부)에 지시했다”며 “절차는 즉각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는 “미국은 다른 어떤 국가보다 많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며 “러시아가 2위, 중국은 3위지만 5년 내 따라잡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약 1시간 앞두고 이 메시지를 올렸다. 다만 회담 후 워싱턴DC로 복귀하는 대통령 전용기에서는 취재진의 관련 질문에 중국과 직접 관련된 사안은 아니라는 취지로 답했다. 이어 “다른 나라들이 실험을 하고 있으니 우리도 하는 게 적절하다”며 “우리에겐 실험 장소가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동등한 기준’이라고 언급한 점을 볼 때 핵탄두 폭발 실험보다는 미사일 등 핵무기 전력 실험을 가리킨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가 러시아의 핵전력 실험에 분노했을 수 있다고 짚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전날 핵 발전장치를 장착한 수중 무인기(드론) ‘포세이돈’ 실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포세이돈은 핵무기를 탑재한 채로 태평양을 가로질러 미국 서부 해안을 타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푸틴은 지난 26일에는 신형 핵추진 대륙간순항미사일 ‘부레베스트니크’ 실험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백악관은 트럼프 지시가 핵탄두 폭발 실험인지, 핵 탑재가 가능한 무기의 시험인지 묻는 질문에 즉각 답변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미국은 1992년 네바다 지하 핵실험장에서 마지막 핵실험을 한 뒤 33년간 중단했다. 러시아는 1990년, 중국은 1996년에 각각 마지막 핵실험을 했다. 전 세계적으로 마지막 핵실험은 2017년 9월 북한의 6차 핵실험이다.
워싱턴포스트는 2020년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도 미국의 대러시아·대중국 협상력을 높이는 수단으로 핵실험 재개가 논의된 바 있다고 전했다.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의 제임스 액튼은 “미국이 핵실험을 재개한다면 러시아와 중국이 뒤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안보 전문가 톰 니콜스도 “핵실험 재개는 끔찍한 생각”이라며 “미국 안보에 별다른 의미가 없고 국제적 긴장만 고조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