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율 15%’ 현대차 가속 페달 밟는다… “점유율 반등 기회”

입력 2025-10-31 00:41

현대자동차는 올해 3분기 부진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미국 시장에서 관세 부담 경감과 신차 판매 효과에 대한 기대감으로 우호적인 전망을 내놨다. 지난 29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자동차 관세율 15%가 확정되면서다. 현대차를 비롯한 한국산 자동차는 미국 시장에서 일본·독일차와 동일한 출발선에서 경쟁할 수 있게 됐다. 가격 경쟁력 회복과 시장 점유율 반등의 기회를 맞게 된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차는 지난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이 46조721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8% 증가했다고 30일 밝혔다. 3분기 기준 최대 매출 실적을 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2조537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2% 감소했고, 영업이익률은 5.4%에 그쳤다. 미국 시장의 고율 관세 부담과 판매 인센티브 증가가 수익성을 떨어뜨렸다. 현대차가 밝힌 3분기 관세 비용은 1조8210억원에 달했다.

부진한 성적표에도 현대차 안팎에서는 장밋빛 전망이 이어졌다. 이번 관세 인하로 현대차의 연간 관세 부담액은 약 8조4000억원에서 5조3000억원 수준으로 낮아질 전망이다. 증권가에서는 관세율 인하가 내년 영업이익 개선으로 이어져 현대차 2조4000억원, 기아 1조6000억원의 증가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날 주식시장에서도 현대차는 개장 초반 14% 가까이 급등했다가 2.7% 오른 채 마감했다. 기아 역시 52주 신고가를 새로 썼다.

관세 완화는 미국 내 가격 경쟁력에도 즉각 반영될 전망이다. 예컨대 현대차 엘란트라(국내명 아반떼)는 기본 가격이 2만2125달러로 일본 토요타 코롤라(2만2725달러)보다 낮았지만, 25% 관세를 적용하면 2만7656달러로 오히려 더 비쌌다. 그러나 관세가 15%로 인하되면 2만5000달러대로, 같은 15%를 적용받은 코롤라(2만6133달러)보다 저렴해진다.

현대차는 4분기부터 관세 완화와 신차 판매 확대 효과로 실적 개선세가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9월 ‘최고경영자(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제시한 연간 매출 성장률 5.0~6.0%, 영업이익률 6.0~7.0% 달성 목표도 재확인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대표이사는 “탄탄한 비즈니스 펀더멘털과 시장 변동에 대한 전략적 대응을 바탕으로 글로벌 자동차 판매를 확대하며 3분기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며 “영업이익은 시장 경쟁 심화에 따른 인센티브 증가와 관세의 영향을 받았으나, 생산 전략 최적화와 다각화된 파워트레인 전략을 통해 수익성 강화를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뿐 아니라 국내 완성차 업계 전반도 이번 한·미 자동차 관세 협상 타결 소식에 안도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4분기부터 관세 인하 효과가 본격적으로 반영되면 수익성과 시장 점유율이 회복될 것”이라며 “완성차뿐 아니라 부품 업계의 부담도 상당 부분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민영 기자 m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