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맨’ 이정환(34·우리금융그룹)은 지난 10월 26일 막 내린 제네시스 챔피언십(총상금 400만 달러)에서 우승해 내년부터 2027년까지 2년간 DP월드투어 시드를 획득했다. ‘불곰’ 이승택(30·경희)은 지난해 한국남자프로골프(KPGA)투어 제네시스 포인트 순위 5위 자격으로 미국프로골프(PGA) 콘페리투어에 도전, 포인트 순위 13위로 시즌을 마쳐 상위 20위까지 주는 내년 PGA투어 카드를 손에 넣었다. KPGA투어 제네시스 포인트 제도를 통해 PGA투어에 입성한 첫 사례다.
‘영건’ 김민규(24·종근당)는 작년 제네시스 포인트 2위 자격으로 DP월드투어 부분 시드를 받아 KPGA투어와 병행해 활동 중이다. 이들의 빅리그 입성 뒤에는 어김없이 ‘제네시스’가 있었다. 제네시스는 KPGA투어에 아낌 없이 베풀며 가장 큰 버팀목이 되어온 ‘키다리 아저씨’와 다를 바 없다.
제네시스와 KPGA의 인연은 2016년 제네시스가 포인트 제도를 후원하면서 시작됐다. 이듬해 KPGA투어 최고 상금 대회인 제네시스 챔피언십이 출범했다. 우승자에게는 PGA투어 특급 대회인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 출전권 등 파격적인 특전이 주어졌다.
선수들에게 큰 동기부여가 됐다. 특전으로 해외 투어를 경험하고 돌아온 선수들이 돌아와 기량을 끌어올리면서 전체 투어에 ‘매기효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제네시스 챔피언십은 지난해부터 KPGA투어와 DP월드투어 공동 주관으로 열린다. 국내 선수들의 눈높이도 더 높아졌고 실력은 일취월장했다. 올해는 제네시스 포인트 상위 36명이 출전할 수 있게 됐다. 기존 30명에서 6명 늘었다. 그만큼 KPGA투어 위상이 높아졌음을 보여준다.
이정환처럼 우승 시드를 받으면 대부분 대회 출전이 가능하지만, 그 밖에도 제네세스의 후원으로 마련된 빅리그 진출을 위한 여러 경로가 갖춰져 있다. 시즌 종료 뒤 제네시스 포인트 1위에게 2억원의 상금과 부상으로 주어지는 제네시스 차량은 그야말로 보너스에 불과하다.
선수들로서는 1위에게 주어지는 DP월드투어와 PGA투어 공동 주관의 ‘제네시스 스코티시 오픈’ 출전권, PGA투어 큐스쿨 최종전 직행 티켓, KPGA 투어 시드 5년, DP월드투어 시드 1년 등과 같은 다양한 특전에 더 구미가 당긴다. DP월드투어에서 레이스 투 두바이 랭킹 ‘톱10’에 들면 다음해 PGA투어 시드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2~3위 입상자들에게도 세계 무대로 도약할 수 있는 문이 활짝 열려 있다.
선수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수혜자인 이승택은 “제네시스 포인트 제도는 KPGA투어 선수들이 더 큰 무대를 향한 꿈을 키울 수 있게 해준다”며 “KPGA투어를 통해서도 꿈의 무대인 PGA투어에 진출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제네시스의 투자는 마케팅 효과로도 이어졌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가 호스트를 맡은 PGA투어 인비테이셔널 타이틀 스폰서로 참여한 뒤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제네시스의 SUV 차종 판매율이 크게 올랐다. 미국 만큼은 아니지만 유럽에서도 판매율 상승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KPGA는 오는 11월 12일 2025시즌 KPGA 제네시스 대상 시상식을 열고 시즌을 마무리한다. ‘제네시스’는 고대 그리스어로 ‘시작’, ‘기원’을 뜻한다. 다사다난했던 2025시즌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2026년은 KPGA투어가 제네시스와 함께 새로운 역사를 쓰는 원년이 되길 바란다.
정대균 골프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