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들은 종교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캐나다 같은 서구 문화권에서는 종교 대화 자체를 꺼리는 경향이 있죠. 이러한 문화적 차이 때문에 의외로 무슬림들과 예수님에 대해 대화하는 것이 더 수월할 수 있습니다.”
캐나다 태생으로 인도 영국 모로코에서 50년 가까이 무슬림 사역을 펼쳐온 돈 리틀(68) 박사의 말이다. 최근 서울 서대문구 아펜젤러세계선교센터에서 만난 그는 한국교회에서 여전히 무슬림에 대한 선입견으로 선교의 장벽이 있다는 기자의 말에 이 같은 조언을 건넸다.
그는 2014년 설립한 릴리아스 트로터 센터(Lilias Trotter Center) 대표로 섬기며 교육 사역을 펼치고 있다. 릴리아스 트로터(1853~1928)는 영국의 예술가이자 38년간 아프리카 알제리에서 무슬림 선교사로 활동한 실존 인물의 이름이다. 리틀 박사의 주요 저서로는 ‘무슬림 공동체에서 효과적인 제자 양육’이 있다.
최근 무슬림 선교단체 ‘디사이플 무브먼트 네트워크’(DMN)의 초청으로 방한한 그는 한국에 온 무슬림들을 바라보는 관점부터 새롭게 하자고 말했다.
“아직 복음이 전해지지 않은 지역에서 무슬림들이 우리나라로 왔다는 사실에 감사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전 세계적으로 사람들을 움직이는 일에 관여하고 계시기 때문이죠.”
그러면서 리틀 박사는 “그들에게 복음을 전하려면 따뜻한 환대로 시작해야 한다. 우정이 확립된 후 신앙적인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리틀 박사는 북아프리카 모로코에서 경험한 사례를 나눴다. 켄(가명)이라는 한 남성 청년은 믿음을 갖게 됐지만, 근본주의 무슬림 그룹에 속한 매형을 두려워해 가족에게는 자신의 신앙을 비밀로 했다. 그의 신앙적 정체성이 드러났을 때 그는 두려움이 앞서 믿음을 부인했고 직장에서 해고됐다.
그러나 성경 공부 그룹의 한 모로코인이 그를 다시 교제 안으로 인도했다. 몇 달 후 그는 담대하게 믿음을 고백했다. 온 가족이 이 사실을 알았지만 학대받지 않았다. 이후 그의 가족은 기독교인들과 친구가 됐고 켄은 기독교 국제학교에 취직해 동료 신자와 결혼했다. 몇 년 후 켄 부부는 프랑스로 이주해 북아프리카를 위한 라디오 사역에 참여했다.
리틀 박사는 무슬림 배경 신자들의 영적 성장을 위한 방법에 대해 “개인적으로는 기도와 순종으로 하나님과의 친밀감을 깊게 해야 한다. 공동체적으로는 영적으로 깨어있는 교회에서 헌신하도록 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멘토링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렇게 말했다. “더 성숙한 신자에 의한 개별적인 제자 양육이 무슬림 배경 신자들의 성장에 결정적 요인입니다.”
리틀 박사가 무슬림 사역에 헌신하게 된 계기는 십 대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16세 때 중국 위구르족에게 가던 도중 이집트 카이로에서 선교하다 26세에 사망한 미국인 전기를 읽었습니다. 그 책을 다 읽었을 때 하나님께서 저를 무슬림들에게 예수님의 사랑을 전하도록 부르신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20세에 영국 런던에서 무슬림들을 섬기며 자신의 소명을 확인한 그는 반세기 가까이 무슬림 사역에 참여해왔다. 특히 북아프리카에서 보낸 약 10년은 그의 사역을 형성한 중요한 시기였다. “프랑스어와 아랍어를 배우고 토플 교사로 일하며 교회 개척에 참여했던 그 경험이 오늘날의 저를 만들었습니다.”
한국 사회에 무슬림 이민자가 증가하는 상황에 대해 리틀 박사는 균형 잡힌 시각을 제시했다. “급진적인 무슬림과 평화적인 무슬림을 구별하는 것은 정부의 역할이고 기독교인으로서 우리는 그들에게 긍휼과 사랑으로 다가가야 합니다.”
다만 그는 영국의 사례를 들며 사회 통합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영국은 이슬람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 채 무슬림 이민자들을 받아들였죠. 그 결과 이민자들이 주류 사회와 단절된 채 특정 지역에 모여 고립되는 게토화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그는 “한국정부는 이민자들이 적어도 2년간 한국어와 한국의 가치관, 문화를 습득하도록 해야 한다”며 “정부와 NGO가 협력해 이민자들이 한국 사회에 통합되도록 도와야 한다”고 제안했다.
입국 심사 시에는 샤리아법에 대한 태도를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샤리아법은 코란과 하디스(무함마드의 언행록)에 기반을 둔 이슬람 율법으로 일상생활부터 형법까지 광범위한 영역을 규정한다.
“만약 이민자가 한국에서 샤리아법을 적용하며 살겠다고 하면, 이는 이슬람에 충성하려는 것이지 한국 정부의 법을 따르려는 것이 아닙니다. 샤리아법은 민주주의와 반대되기 때문에 입국을 허가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면서도 리틀 박사는 무조건적인 경계심보다 지혜로운 정책과 사랑의 실천이 함께 가야 한다고 전했다. “교회는 무슬림 이웃들에게 예수님의 사랑을 보여주는 역할에 집중해야 합니다. 그들과 종교에 대해 대화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리틀 박사는 “한국교회가 무슬림 이웃들을 두려움이 아닌 사랑으로 맞이할 때 놀라운 복음의 열매를 보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글·사진=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