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 기술력 회복’을 공식 선언했다. 경쟁사 대비 늦어지던 5세대 HBM(HBM3E)은 엔비디아 공급을 확정지었고, 6세대인 HBM4 양산 준비도 마쳤다. 내년 HBM 물량은 사실상 ‘완판’되면서 증산까지 검토하는 상황이다. 반도체 부활에 힘입어 삼성전자 주가는 장중 한때 10만5800원까지 치솟았다.
삼성전자는 올 3분기 매출 86조1000억원, 영업이익 12조2000억원을 기록했다고 30일 밝혔다. 전사 매출은 전 분기 대비 15% 증가하며 분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 역시 전 분기 대비 7.5% 올랐다. 실적 견인의 공신은 반도체(DS) 부문이었다. DS 부문 영업이익만 7조원으로 전사 영업이익을 끌어올렸다. 삼성전자는 “HBM3E는 전 고객 대상으로 양산 판매 중이고, HBM4도 샘플을 요청한 모든 고객사에 샘플을 출하했다”며 엔비디아에 HBM3E 공급이 시작됐음을 공식화했다.
최대 ‘큰손’인 엔비디아에 HBM 공급 물꼬를 트자 내년 물량도 거의 동이났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컨퍼런스콜에서 “내년 HBM 생산 계획분에 대한 고객 수요를 이미 확보했다”며 “내년 HBM 생산 계획은 올해 대비 대폭 확대 수립했지만 추가적 고객 수요가 있어 HBM 증산 가능성에 대해 내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내년에도 글로벌 인공지능(AI) 투자 확대 기조 속에 반도체 경기 호조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는 “2026년 메모리 투자는 적극 투자 기조하에 전년 대비 상당 수준의 증가를 고려하고 있고, 전체 투자 중 D램 비중은 전년 대비 증가할 전망”이라며 “최근 그래픽처리장치(GPU) 경쟁이 심화하면서 주요 고객사들이 더 높은 성능의 HBM4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내년 하반기에는 관세와 AI 관련 반도체 수출 제한 등 지정학적 이슈로 인한 불확실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도 첨단공정 중심으로 분기 최대 수주 실적을 달성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7월 테슬라로부터 23조원 규모의 첨단 칩 제조 공급 계약을 맺었고, 최근 일론 머스크 CEO가 삼성 파운드리에 기존 계획보다 더 많은 칩 생산을 맡긴다고 밝힌 바 있다. 파운드리 적자 규모는 2분기 2조원대에서 3분기 1조원 안팎으로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갤럭시 Z폴드7 판매 호조로 모바일경험(MX)·네트워크 부문은 영업이익 3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4분기에도 연말 성수기 프로모션을 통해 갤럭시 S25와 폴더블 스마트폰 판매를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다만 영상디스플레이(VD)·생활가전(DA) 사업부는 100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TV 시장 수요 정체와 미국 관세 영향이 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3.58% 오른 10만4100원에 마감했다. 장중 한때 5.27% 상승한 10만5800원까지 오르며 52주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