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소각 의무화’를 핵심으로 하는 자사주 제도 개편 방향을 밝혔다. 코스피 상승 랠리에 맞춰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상법 3차 개정의 첫 청사진을 밝힌 셈이다. 기존 ‘처분 합리화’와 ‘소각 의무화’ 사이에서 저울질 되던 자사주 소각 제도는 대통령실의 기류 변화로 ‘소각 의무화’ 방향으로 급물살을 탄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 코스피5000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오기형 민주당 의원은 3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 같은 방향의 자사주 제도 개편 방향을 밝혔다. 기존 자사주는 미발행 주식으로 취급하고, 신규 취득 자사주는 1년 이내 소각을 원칙으로 하는 방안이다. 다만 주주 대다수가 찬성할 경우 예외를 둘 수 있게 할 예정이다.
오 의원은 구윤철 기재부 장관에게 “(당은) 11월 혹은 12월에 자사주 개혁을 할 계획”이라며 “전문가와 투자자, 기업도 신규 취득 자사주의 원칙적 소각에 동의하는 것 같다. 다만 대다수 주주가 동의한다면 예외적인 걸 인정할 수 있고, 그 부분은 절차적 문제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사주 처분의 경우 신주 발행의 절차를 준용해야 함을 강조했다. 구 장관은 “자사주 제도는 상법과 복잡하게 얽혀있는 만큼 상법의 정신을 어떻게 반영할 지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자사주 제도 개편 방향성이 확정된 건 대통령실의 입장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관계자는 “최근 대통령실이 기업 편을 들어왔지만 자사주는 소각 방향으로 가자는 기류 변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미 관세협상 변수가 해소되자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앞세워 자본시장 합리화를 통한 ‘코스피 띄우기’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기존 코스피5000특위는 자사주 제도에 있어 ‘소각 의무화’와 ‘처분 합리화’ 두 안을 두고 논의를 이어 왔다. 자사주를 무조건 소각해야한다는 의견과 임직원 보상 등 현대적인 기업 인적자원 관리 활용을 위해 자사주의 취득과 활용은 열어주되 기업 지배력 강화 등 주주 이익에 반하는 자사주 처분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8월 특위가 주최한 자사주 제도 개선 토론회에서 “현행법은 임직원 보상, 시장매각을 통한 자금 조달 등 자사주의 다양한 재무적 활용을 인정하고 있다”며 “(소각 의무화 시) 현행 제도와 조화될 수 있는 정교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짚은 바 있다.
한웅희 기자 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