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통해 투자자 편익 증대… ETF 내년 상반기까지 지원”

입력 2025-10-31 00:02 수정 2025-10-31 00:02
김학수 넥스트레이드 대표가 지난 27일 서울 여의도 넥스트레이드 본사 회의실에서 진행한 인터뷰 도중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 대표는 “투자자 편의를 높이기 위해 내년 상반기까지 상장지수펀드(ETF) 거래 지원을 마무리하겠다”라고 말했다. 윤웅 기자

대체거래소(ATS) 넥스트레이드의 성장 속도는 쉽게 예상하기 어려웠다. 출범 7개월 만에 첫 거래일(3월 4일) 대비 거래량이 386배, 거래대금은 546배 늘었다. 한국거래소보다 낮은 수수료에다 최근 국내 증시 투자 열기로 넥스트레이드가 운영하는 프리마켓(8시~8시 50분)과 애프터마켓(오후 3시40분~8시)의 인기가 높아진 덕분이다.

다만 빠른 성장으로 ‘15%룰’(최근 6개월간 거래금액이 한국거래소 거래액의 15%를 초과할 수 없는 규정)에 따른 성장성 한계 문제도 맞닥뜨렸다. 한국거래소와 수수료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된 것도 부담이다. 2022년 넥스트레이드 초대 대표로 선임돼 넥스트레이드의 시장 안착을 주도했다고 평가받는 김학수 대표는 “차별적인 서비스와 이해 관계자와 소통으로 당면 과제를 해결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내달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다만 넥스트레이드는 내달 10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김 대표에 대한 재선임안을 상정할 예정이다. 다음은 김 대표와의 일문일답.

-넥스트레이드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시장에 안착했다.

“지금 증시 흐름이 좋은 덕분이다. 새 정부 들어서 주가 흐름이 좋았던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넥스트레이드는 한국거래소와 경쟁 관계를 유지하면서 거래 시간을 늘렸고 수수료를 낮췄다. 차별적인 서비스를 제공한 것이 투자자 기대와 맞아 떨어진 것 같다.”

-코스피가 4000선을 돌파했다.

“역사적인 일이다. 최근 유동성을 증시로 유도하려는 정부의 정책들이 유효했던 것 같다. 또 반도체와 조선, 방산 등 기업의 실적이 좋은 것도 주요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이럴 때는 시장 인프라가 잘 뒷받침돼야 하는데, 넥스트레이드가 한 축을 형성해서 자랑스럽다.”

-프리마켓에서 시장 방향성을 예측하는 투자자도 늘고 있다.

“오늘(27일) 프리마켓에서 삼성전자가 10만원을 돌파하는 것을 보고 코스피 4000돌파를 확신했다. 투자자 사이에서는 프리마켓이 하나의 증시 바로미터가 되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이날 프리마켓에서 3조원이 넘는 규모가 거래됐다. 넥스트레이드 등장으로 기존보다 10%가량 유동성이 늘었다는 자본시장연구원의 분석도 있다.”

-복수 거래소 체제에 비판적인 시각도 여전하다.

“안다. 왜 대체거래소가 등장해 수수료 중심의 사업에 뛰어들었냐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은 효과가 매우 많다. 넥스트레이드가 프리마켓과 애프터마켓 열어 투자자들에게 선택지를 넓혀줬다. 직장인이 근무시간 이 외에도 주식 매매를 할 수 있게 되면서 새로운 투자 문화를 만들었다. 수수료도 마찬가지다. 올해 상반기에만 넥스트레이드가 절감시킨 투자자 수수료는 86억원이다. 하반기까지 고려하면 200억원에 가까울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 한국거래소도 수수료를 낮추고 거래 시간을 늘리겠다고 하는데, 넥스트레이드의 등장의 영향이다. 모두 경쟁의 효과다.”

-초대 대표로서 가장 어려웠던 때는 언제인가.

“준비 과정에서 ‘대체거래소는 잘 안될 것이다’라는 시장의 혹평을 들었을 때다. 과거 야간 거래를 위해 문을 연 장외전자거래시장(ECN)도 결국 문을 닫았다는 이유였다. 하나의 거래소에 익숙해진 시장을 경쟁 체제로 바꾸기 위해 이해관계자와 소통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새로운 인프라 투자 비용을 부담스러워 하는 증권사의 저항도 있었다.”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장 시절 직접 ATS 제도를 구상했다고 들었다.

“일부 바뀌었지만 제도 기반은 그때 만든 것이다. 다만 10여년의 세월이 흘렀으니 지금 시장 상황에 따라 개선할 점도 보인다. 넥스트레이드가 천천히 성장했다면 차분히 논의하면서 바꿔 갈 수 있었을 텐데 출범 6개월 만에 ‘15%룰’에 해당해 당황스러웠다. 한국거래소의 지위와 점유율 규제의 취지가 있으니 무작정 규제를 완화하기도 쉽지 않다. 다만 10년 전에 만들어진 제도이고 넥스트레이드 몸집도 커졌으니 (15%룰이) 재검토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당국도 고민이 많을 것이다. 계속 소통하려 한다.”

-한국거래소도 거래시간 확대와 수수료 인하를 준비 중이다. 어떻게 대응할 계획인가.

“우리에게는 큰 도전이다. 지금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한 이유는 한국거래소보다 수수료가 저렴한 덕분이다. (한국거래소와) 수수료가 같아지면 넥스트레이드에서 거래가 안 될 가능성이 있다.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대응하려고 한다. 특히 넥스트레이드는 기관 비중이 작은데, 기관에 다양한 주문방식을 제공할 수는 없는지 등을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다.”

-상장지수펀드(ETF)는 거래는 언제부터 가능한가.

“ETF는 주식보다 절차와 인프라 등이 더 필요해서 시간이 더 필요하다. 유동성공급자(LP) 역할도 중요해 현재 증권사와 소통 중이다. 금융당국에 상품인가 신청을 해 받아야 한다. 내년 상반기까지는 마무리해야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다.”

-신사업으로는 어떤 것을 준비하고 있나.

“블록체인 기술하에서 거래되는 조각투자와 토큰증권(STO) 등 시장을 선점하려고 한다. 금융당국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인가를 준비하고 있다. 컨소시엄을 현재 구성하고 있다.”

-앞으로 계획은.

“한국거래소와 경쟁하고 있지만 넥스트레이드는 아직 스타트업이다. 안정돼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앞으로 점유율을 가파르게 늘리겠다는 것보다도 20%를 유지하더라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들겠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