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에 역경·회복 이야기 반복되는 이유는

입력 2025-10-31 03:15
‘제2성전기’ 저자 김근주 기독연구원 느헤미야 교수는 신구약 중간기가 아닌 제2성전기가 더 명확한 명칭이라고 말한다. 그림은 프랑스 화가 니콜라 푸생의 ‘예루살렘의 함락’. 로마군이 예루살렘을 정복하고 제2성전을 약탈하는 모습을 그렸다. 위키미디어 커먼즈

동·서방 그리스도교는 모두 성경을 경전으로 사용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차이점은 정경(正經)으로 사용하는 구약성경 권수가 각기 다르다는 것이다. 개신교의 구약성경은 39권이며 천주교는 46권, 정교회는 대체로 49권이다. 히브리어 성경을 고대 그리스어로 번역한 ‘70인역’을 정경에 포함하느냐 아니냐에 따라 빚어진 차이다.

2000여년의 교회사 가운데 구약성경은 어떤 배경에서 형성됐고 왜 지금의 형태로 확정됐을까. 서울대 경제학과, 장로회신학대 목회학 석사를 거쳐 영국 옥스퍼드대서 70인역 이사야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구약학자인 저자는 이를 ‘제2성전기’라는 배경에서 풀어낸다. 제2성전기는 솔로몬 성전 파괴 이후 지어진 스룹바벨 성전, 즉 제2성전이 세워진 기원전 516년부터 로마제국이 이 성전을 파괴한 기원후 70년까지를 말한다. 예수 그리스도와 사도 바울의 등장과 활동도 이 기간에 속한다.

저자는 각 교파가 지닌 구약성경 문헌 대다수가 이때 결정됐다는 것과 페르시아 등 막강한 제국 세력 아래 기독교 신앙 체계가 갖춰졌다는 점 등을 들어 이 시기를 주목한다. 다만 이를 개신교에서 흔히 지칭하는 ‘신구약 중간기’라고 부르는 건 거부한다. “구약의 마지막과 신약의 시작을 명확히 명시할 수 없으”며 “구약과 신약 사이 시대가 암흑기 혹은 침묵기인 듯한 인상을 주므로” 이 같은 명칭 사용이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그는 이사야서 40~66장과 예레미아서 등 제2성전기에 쓰인 구약성경과 70인역, 로마 역사가 플라비우스 요세푸스와 유대 철학자 알렉산드리아의 필론이 펴낸 저작 등을 참고해 구약 문헌 형성사를 추적한다.


저자가 제시하는 구약성경의 주요 키워드는 ‘포로’와 ‘귀환’이다. 그가 기원전 587년 예루살렘 함락 후 성전이 파괴된 이후의 유대인 상황을 거론하며 제2성전기 이야기를 풀어가는 이유다. 바빌론 제국에 나라와 성전을 잃은 이들은 “위기에 대한 신학적 해석과 이를 통한 현실 극복”에 초점을 맞춰 구약 문헌을 정리했다. 시편 74편 등에서 창조 신앙을 거론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자기들이 어찌할 수 없는 현실을 마주한 이들에게 “창조 신앙은 하나님이 우주의 창조주와 주관자란 걸 깨닫게 함으로써 현실 극복의 길을 터줬다”는 것이다. 페르시아 제국 치하에서 출애굽 이야기 등이 담긴 모세 오경과 율법이 정리·편찬된 것도 같은 이치다. 이들 문헌엔 아브라함과 이삭, 야곱 등의 조상이 하나님과 함께 역경을 극복하는 희망적 내용이 담겨있다.

개신교에선 ‘외경’으로 불리는 유대교 종교 문헌을 “가치 있는 경건 서적”으로 바라볼 것도 주문한다. 저자는 “외경을 정경의 지위로 회복하려는 움직임은 불필요하다”고 단언한다. 그러면서도 “외경은 기독교 세계 과반이 예배에 사용하는 경전”이라며 “이들을 향한 존중과 연대란 측면에서 최소한의 지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