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 충격 최소화… 원리금 상환 전까지 수익 5대 5 배분

입력 2025-10-30 00:02
김용범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29일 경북 경주 APEC 국제미디어센터에서 한미 관세협상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경주=김지훈 기자

우리 정부는 한·미 관세협상 후속 협의 최대 난제였던 대미 투자패키지 구성과 관련해 국내 외환시장 충격 최소화와 원금 회수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 합의를 진행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전액 선불’ 요구를 연 최대 200억 달러 분납 방식으로 막아냈고, 투자 대상도 원금 회수가 가능하도록 ‘상업적 합리성’ 문구를 관철하면서 한국 입장을 상당 부분 반영했다는 평가다.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29일 2차 한·미 정상회담에서 타결한 관세 합의 핵심은 35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패키지 중 2000억 달러(약 290조원)에 대한 현금 투자 방식이었다. 미국이 투자 분야를 설정하면 자금을 집행하는 ‘캐피털 콜’ 방식이라는 점에서는 일본과 동일하지만, 한국은 연간 투자 상한액을 200억 달러로 제한했다는 점이 다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경북 경주 프레스센터 브리핑에서 “연간 200억 달러 한도에서 사업 진척 정도에 따라 투자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 외환시장이 감내할 수 있는 범위에 있으며,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최소화할 수 있다”며 “국내 외환시장에 충격이 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원금 회수를 위한 조항 마련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김 실장은 “원리금 상환 전까지 한·미가 수익을 5대 5로 배분하기로 하고, 20년 이내에 원리금을 전액 돌려받지 못할 것으로 보이면 수익 배분 비율을 조정하기로 상호 양해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원리금 상환 가능성이 작아지면 재협의를 통해 한국의 수익 배분율을 높일 수 있는 장치를 명문화했다는 것이다.

김 실장은 또 “특정 프로젝트에서 손실이 나더라도 다른 프로젝트에서 이를 보전할 수 있도록 ‘우산 형태’로 특수목적법인(SPC) 구조를 설계, 손실 리스크를 크게 낮췄다”고 설명했다. 다만 원리금 회수 후에는 수익 배분을 미국이 90%, 한국이 10%로 나누는 방안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 협상 과정에서 또 다른 걸림돌이었던 투자처 결정에도 ‘상업적 합리성’ 원칙을 명문화해 한국의 입장이 상당부분 반영됐다는 평가다. 김 실장은 “투자위원회 및 협의위원회를 가동해 양국이 투자할 가치가 없는 프로젝트의 경우 걸러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투자위원회 위원장은 미국 상무장관이, 협의위원회 위원장은 한국 산업부 장관이 맡는다. 김 실장은 “협의위원회가 전략적·법적 고려사항을 투자위원회에 의견을 제시하게 돼 있고, 투자위원회는 협의위원회에 프로젝트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제공하게 돼 있다”며 “미 측이 협의위원회 검토나 협의와 달리 일방적인 투자를 요구할 경우 추후에 미국과 협의를 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투자처 선정 과정에 한국의 입장이 적극 반영되는 장치를 마련했다는 의미다.

투자 패키지의 또 다른 축인 한·미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 기금 1500억 달러는 우리 기업이 자체적으로 추진하고, 투자 외에 대출과 보증도 포함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김 실장은 “선박금융 RG(선수금 환급보증)가 많은 부분을 차지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마스가 1500억불은 일반적인 외국인직접투자(FDI)처럼 지분 비율대로 수익을 배분한다”고 말했다.

경주=최승욱 윤예솔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