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장·금관·디저트·李 넥타이까지… 트럼프 맞춤 ‘황금빛 공세’

입력 2025-10-30 00:05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열린 한미 공식 환영식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무궁화 대훈장을 수여하고 천마총 금관 모형을 선물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이재명 대통령은 29일 한국을 국빈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신라 천마총 금관 모형을 선물하고 최고 훈장을 수여하는 등 ‘황금빛 공세’를 퍼부었다. 트럼프 대통령 취향과 격식에 맞춘 선물을 제공해 한·미동맹 강화에 대한 의지를 보여줬다는 평가다.

이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장인 국립경주박물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공식 환영식을 진행한 뒤 ‘무궁화 대훈장’을 수여했다. 무궁화 대훈장은 상훈법 시행령에 규정된 대한민국 최고 훈장이다. 역대 대통령과 그 배우자에게 수여되지만 대한민국 발전과 안전보장에 기여한 공적이 큰 우방국 정상에게도 예우 차원에서 수훈이 이뤄진다. 우리 대통령에게 수여되는 무궁화 대훈장의 경우 금 191돈(717g), 은 112돈(422.5g), 루비, 자수정, 칠보 등이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값만 1억3000만원에 달한다. 미국 대통령이 이 훈장을 받은 건 트럼프 대통령이 최초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경북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트럼프 굿즈 전시품을 관람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 국민이 대통령께 각별한 감사의 마음을 담아 드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더욱 굳건한 동맹 관계가 지속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매우 아름답다. 당장 걸고 싶다”고 화답했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천마총 금관 모형도 선물했다. 국내 최고 금속문화재 복제 전문가에게 의뢰해 금박을 입혀 특별 제작했다. 김 의전장은 “천마총 금관은 하늘의 권위와 지상의 통치를 연결하는 신성함, 지도자의 강력한 리더십과 권위를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규탄하는 ‘노 킹스’(No Kings·왕은 없다) 시위가 대규모로 벌어지는 가운데 금관을 선물했다는 점도 상징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엑스(옛 트위터)에 왕관을 쓴 자신이 전투기를 타고 시위대에 오물을 투척하는 영상을 공유하며 불편함을 드러낸 바 있다.

회담 오찬 메뉴로, 우리 해산물에 드레싱을 한 전채요리와 경주 햅쌀밥, 미국산 갈비로 만든 찜 요리가 제공됐다. 대통령실 제공

오찬 디저트로는 금으로 장식된 브라우니와 감귤 디저트가 제공됐다. 대통령실은 “황금빛 한·미동맹의 미래를 기원하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오전 행사에 짙은 파란색과 빨간색 스트라이프 넥타이를 착용했던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맞이하면서는 그의 취향을 고려한 황금색 넥타이를 맸다. 특별 제작한 것으로, 훈민정음 문양을 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에 앞서 작성한 방명록. 대통령실 제공

정상회담 이후 진행된 정상 특별 만찬엔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한 8개국 정상이 참여했다. 이 대통령은 만찬 주빈인 트럼프 대통령을 언급하며 “(만찬 참여국들이) 대개 다 미국의 우방국, 아니면 동맹국”이라며 “전 세계가 복합적 위기를 겪고 있지만 이럴 때일수록 각 국가 간 연대와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을 태운 전용기 에어포스원은 예정 시간보다 1시간 늦게 F-16 전투기 두 대의 호위를 받으며 김해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의장대는 ‘트럼프 테마곡’으로 불리는 미국 디스코 그룹 빌리지피플의 ‘YMCA’를 연주했다.

경주=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