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 협상이 최종 타결됨에 따라 대미 자동차 관세율이 25%에서 15%로 낮아졌다. 반도체 관세율도 주요 경쟁국인 대만에 불리하지 않은 수준으로 적용한다. 정부는 11월 1일부터 관세 인하를 적용받을 수 있도록 대미 투자 특별법 발의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29일 경주 국제미디어센터 브리핑에서 국내 주요 산업의 관세 인하 합의 내용을 발표했다. 특히 관세 협상 지연으로 일본·EU보다 높은 25% 관세율을 적용받던 자동차·자동차 부품의 경우 해당국과 동등한 15%로 인하했다. 김 실장은 “우리나라 대미 최대 수출 품목인 자동차 관세를 일본·EU와 동일한 수준으로 인하해 불리하지 않은 경쟁 여건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자동차 업계는 안도하는 분위기다. 관세 인상 영향으로 현대자동차그룹 영업이익은 지난 2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15.8%, 기아는 24.1% 감소했다. 이번 관세 인하로 현대차의 경우 연간 8조4000억원대 손실을 5조원대로 줄일 수 있게 됐다. 현대차그룹은 “어려운 협상 과정을 거쳐 타결에 이르기까지 헌신적으로 노력한 정부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주요 경쟁국 대만과 비교해 ‘불리하지 않은 수준’의 관세율을 보장받은 반도체, 최혜국 대우를 받기로 한 의약품·목재 등 지난 7월말 관세협상 합의보다 진일보한 수준으로 최종 타결됐다. 김 실장은 반도체에 대해 “우리 기업의 대미 시장 진출 여건을 개선하고, 특히 관세 협상이 아직 진행 중인 인도 등 여타국 대비 유리한 수출 환경을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당초 미 측에서 요구했던 쌀·쇠고기 등 농축산 분야의 추가 시장 개방은 방어에 성공했다. 미 측에서는 농축산물에 대한 검역 절차 완화도 주장했는데, 이는 ‘양국 간 검역 절차에 대한 소통·협력 강화’ 정도로 막아냈다.
상호관세는 7월 말 합의 이후 적용돼온 것처럼 15%로 인하해 지속 적용하기로 했다. 김 실장은 “최혜국 대우가 (관세율) 15%를 초과하는 품목이라도 한·미 FTA 대상 품목은 15%의 관세가 부과됨을 명확히 해 FTA 체결국으로서의 이점을 반영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내용을 담은 통상 분야의 합의 내용은 양해각서(MOU)나 팩트시트(합의 사실을 정리한 문서) 형식으로 2~3일 후 최종 도출될 예정이다. 정부는 11월 1일부터 관세 인하가 적용될 수 있도록 후속 절차를 신속히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김 실장은 “법안이 제출되는 시점이 속하는 달의 첫날로 소급해 관세를 인하하기로 합의됐다”며 “산업통상부 장관과 미 상무부 장관이 공식 서명한 안을 기초로 국회에 설명하고, 법안이 제출되는 대로 즉시 (관세 인하 절차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11월 내에 법안이 국회에 제출되면 그 사실을 미국에 알리고, 미국이 확인하면 11월 1일부터 소급해 관세가 인하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주=이동환 기자, 김민영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