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 달 가까이 끌어온 한·미 관세협상 후속 협의의 극적 타결은 양국 정상회담 당일인 29일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최종 결정권자인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직접 대화가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관측된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이날 경북 경주 미디어센터에서 “사실상 3개월 동안 미국과 치열한 협상을 이어왔다”며 “타결 바로 전날까지도 전망이 밝지 않았지만, 당일에 급진전 됐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두 정상이 만나 대화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최종) 결단을 내린 것 같다”고 말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두 정상이 직접 만나면서 막판 난제가 해소됐고, 이른바 ‘톱다운’ 방식으로 타결이 이뤄졌다는 의미다.
김 실장은 “우리가 양보한 것이 아니다. 이 대통령이 세운 국익 우선 원칙에 따라 협상했다”며 “장관급 협의는 23차례 진행했고, 실무회의는 셀 수 없이 많았다”고 말했다. 또 “한·미 정상회담 중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을 ‘터프한 협상가’라 지칭할 만큼 협상 과정이 치열했다”고 전했다.
그간 한·미 양국은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패키지 구조, 수익배분 방식 등 세부조건을 두고 공전을 거듭했다. 우리 정부는 전액 현금 투자 시 외환시장 불안을 이유로 난색을 표했고, 원화 투자나 통화 스와프 체결 등을 요청했다. 이 과정에서 연간 감내 가능한 200억 달러를 분할 투자하는 방식을 최종 제시하며 설득을 거듭했다.
대통령실은 타결 직전까지도 유보적 입장을 밝힐 만큼 완강한 버티기 전략을 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지난 27일 공개된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투자 방식과 이익 배분 등 모든 사안이 쟁점으로 남아 있고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합의 지연이 반드시 실패를 의미하는 것은 아닌 만큼 인내심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이날 오전까지도 SBS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여전히 낙관도, 비관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었다.
경주=윤예솔 기자 pinetree2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