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번가가 SK그룹 손자회사로 편입된다. 콜옵션 만료를 앞두고 향방이 불확실했던 11번가는 SK그룹에 남으면서 ‘토종 이커머스’로서 입지를 다지고 통합 플랫폼으로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 SK그룹이 국민연금을 비롯한 주요 재무적 투자자(FI)와의 신뢰 회복과 그룹 차원에서 대외 평판 관리를 위해 결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SK스퀘어는 29일 이사회를 통해 이커머스 자회사 11번가 지분 100%를 SK플래닛에 매각한다고 밝혔다. 11번가는 SK스퀘어의 자회사에서 SK플래닛 산하로 재편된다. SK그룹의 손자회사가 되는 셈이다. SK플래닛은 11번가를 인수하며 11번가 재무적투자자에게 총 4673억원을 올해 안에 일시 지급할 예정이다. 11번가 FI은 동반매도청구권 행사를 통해 11번가 지분 전량을 SK플래닛에 매각하며 투자금을 회수하게 됐다.
11번가는 2018년 FI 투자 유치 이후 기업공개(IPO) 실패와 매각 협상 난항 등 불확실성에 시달리던 오랜 난관을 해소하게 됐다. 2023년 11번가는 SK스퀘어가 1차 콜옵션을 포기한 뒤 아마존, 알리바바, 큐텐 등 다양한 잠재 인수자들과 협상을 진행했지만 무산된 바 있다.
SK스퀘어와 SK플래닛은 각각 핵심 사업인 OK캐쉬백과 11번가의 시너지를 통해 마일리지와 커머스를 아우르는 통합 플랫폼으로 도약한다는 구상이다. SK플래닛은 11번가를 통해 OK캐쉬백의 마일리지 적립과 사용 범위를 대폭 넓혀 플랫폼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1번가는 ‘인공지능(AI) 기반 맥락 커머스’로 진화하겠다는 비전도 제시했다. AI와 데이터 기술 역량을 통합해 고객의 구매 패턴과 취향을 다면적으로 이해하고 맞춤 상품을 추천하는 차별화된 커머스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11번가는 지난 2년간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2022년 1515억원에 달하던 영업손실을 지난해 754억원으로 절반 이상 축소했다.
이다연 기자 id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