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회동 무산… 트럼프 “김정은 만나러 돌아오겠다”

입력 2025-10-29 18:54 수정 2025-10-30 00:06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왼쪽 사진).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은 조선업의 마스터”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핵추진잠수함의 연료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결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경주=김지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으로 기대감을 모았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 북·미 회동이 사실상 무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만나겠다는 의지를 재차 피력하며 한반도 평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북·미 대화 성사를 위한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하겠다고 화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경주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난 김정은을 잘 알고 있다. 우리는 아주 잘 지낸다. 하지만 시간을 맞출 수 없었다”며 북·미 회동이 무산된 상황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다만 “우리는 상황을 바로잡기 위해 김정은, 그리고 모든 사람과 매우 열심히 노력할 것”이라며 다음에라도 북·미 회동을 이뤄내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 후 이 대통령 주최로 열린 리더스 만찬에서도 “(한국의) 이웃 국가가 그다지 친절하지 않지만 상황이 더 나아질 거라 생각한다”며 “김정은은 제가 잘 알고 있고 모든 것이 잘 풀릴 거로 생각한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이날 한국으로 이동하는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는 “머지않은 미래에 북한(김정은)을 만나기 위해 (한국으로) 돌아올 것”이라며 다시 방한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이 대통령의 진심을 아직 제대로 수용하지 못해서 (북·미 회동이) 불발되긴 했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께서 김 위원장과의 회담을 요청하고 언제든지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한 것 자체만으로도 한반도에 상당한 평화의 온기를 만들어냈다”고 치켜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한 과정에서 언론을 통해 김 위원장과의 만남을 여러 차례 제안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이날까지 아무런 답을 내놓지 않았다. 대신 정상회담을 준비할 외교 핵심 인물인 최선희 외무상을 러시아에 보냈고, 전날에는 서해상으로 함대지 전략순항미사일 시험발사를 진행하는 등 사실상 대화 거절 의사를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일정이 30일까지인데 이날까지 북한이 응답하지 않으면서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6·25전쟁 휴전 후 법적으로 전쟁 상태인 한반도의 평화를 만들기 위해서도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노벨평화상에 그는 “한반도가 공식적으로 전쟁 중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것을 바로잡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8월 한·미 정상회담 때 언급한 것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의 평화를 만드는 ‘피스메이커’가 될 수 있도록 돕는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하겠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이것이 또 하나의 씨앗이 돼서 한반도의 거대한 평화 물결을 만드는 단초가 된다고 생각하고 큰 기대를 갖고 트럼프 대통령의 활동을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경주=박준상 윤예솔 기자 junwit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