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이자 최대 가상화폐인 ‘비트코인’ 창시자로 알려진 사토시 나카모토. 그의 정체는 여전히 미궁 속에 있다. 저자는 “사토시는 무대를 마련하고도 거기에 남지 않음으로써 권위를 내려놓은 창시자가 됐다”고 말한다.
제목을 오해하면 안 된다. 책은 사토시의 정체를 폭로하는 데 목적이 있지 않다. 사토시를 찾는다는 것은 비트코인이 어디서부터 왔고 어디로 향하는지에 대해 ‘지성사적 계보’를 추적하는 것이다. 저자는 “사토시는 탈중앙화 기술을 통한 해방이라는 이념 그 자체”라면서 “사토시라는 익명의 창시자가 촉발한 혁신은 한 개인의 천재성을 넘어 시대의 요구와 집단적 상상이 빚어낸 산물”이라고 분석한다.
책은 비트코인의 사상적 뿌리를 미국 역사와 문화로부터 탐색한다. 미국 개척 시대의 프런티어 정신에서 출발해 60년대 저항과 해방을 기치로 내건 히피 운동, 90년대 미국 실리콘밸리의 문화적 세계관인 ‘캘리포니아 이데올로기’를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트럼프코인’과 같은 밈코인(유행을 반영해 만든 가상화폐)이 탈중앙화 시대의 새로운 상징 정치의 도구로 부상하는 현상도 분석한다.
맹경환 선임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