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과학기술 새 협정… AI·바이오·우주 전방위 협력 강화

입력 2025-10-29 18:47 수정 2025-10-29 23:00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오찬을 겸한 확대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정상회담은 양국 경제·외교 분야 참모들이 총출동한 가운데 87분간 진행됐다. 경주=김지훈 기자

한·미 양국은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간 정상회담을 계기로 인공지능(AI) 산업과 차세대 통신, 양자, 바이오, 우주 등 핵심기술 협력관계를 강화하는 ‘한·미 기술번영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한·미 양국이 과학기술 분야에서 새 협정을 맺은 건 10년 만이다. 양국은 핵심기술의 전방위적 협력체계 강화를 위해 MOU에 ‘AI 응용 및 혁신 가속화’와 ‘신뢰할 수 있는 기술 리더십’ 관련 합의도 담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9일 “이번 MOU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주간에 열린 한·미 정상회담 성과 중 하나”라며 이같이 밝혔다. 1992년 과학기술협정, 2015년 원자력협정, 2016년 우주협정에 이은 새로운 협정이다.

양국은 AI 기술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혁신 친화적 AI 정책 프레임워크를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또 AI 전 분야에 걸친 기술 수출을 협력하는 등 아시아 및 기타 국가에서 역내 공동 AI 생태계를 조성하기로 했다. 서로 다른 AI 정책으로 인한 개발상 불편함을 최소화하기 위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모두 망라한 전방위 협력을 이루겠다는 취지다. 하정우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은 “한·미 간 AI 연구개발 및 AI 풀스택 수출 협력 등을 기반으로 AI 3대 강국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양국은 차세대통신, 제약·바이오기술 공급망, 양자 혁신, 우주 탐사 등 핵심기술 분야 실행 방안에 대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6세대 이동통신(6G) 공동 연구개발, 기초연구 분야와 관련한 대규모 프로젝트 참여 및 협력 확대도 약속했다. 우주 분야에서는 아르테미스Ⅱ 프로젝트 등 우주 협력의 호환성을 높이기 위한 한국형 위성항법 시스템 개발에 동의했다. 상업용 지구 저궤도 우주정거장 개발·운영을 위한 파트너십 촉진도 협력 대상에 포함됐다. 양국은 또 핵심 신흥기술 분야 기초연구와 인력교류를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이번 한·미 기술동맹은 중국을 견제하고 핵심 기술 생태계를 동맹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전략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한·미는 이를 위해 내년 미국 워싱턴DC에서 과학기술공동위원회를 열어 세부 협력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한국은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가 주도하는 ‘함께 육성하는 미래’ 글로벌 이니셔티브 동참의 뜻도 밝혔다.

마이클 크라치오스 미국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장은 “협정은 양국 간 과학기술 분야 협력의 담대한 진전”이라며 “한국은 신뢰할 수 있는 기술 파트너”라고 말했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은 “이번 MOU는 양국 미래 세대의 번영을 위한 협력의 상징”이라며 “미국 블랙록, 오픈AI와 체결한 AI 생태계 협력 MOU에 이어 한·미 간 과학기술 교류와 투자가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경주=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