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 8년간 한국 10대 대기업의 미국 내 생산법인 자산이 7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기조에 따라 한국 기업들이 대미 생산시설 투자를 대폭 확대하면서 한국 기업의 해외 생산기지 거점도 기존 중국·베트남에서 미국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가는 양상이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는 29일 트럼프 1기 행정부 출범 직전인 2016년 말과 지난해 말 국내 10대 그룹의 해외 생산법인 자산 규모를 비교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10대 그룹의 해외 생산법인 자산 규모는 2016년 말 209조1608억원에서 지난해 말 490조7083억원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지역별로는 미국 내 생산법인 자산 규모가 눈에 띄게 늘었다. 지난해 10대 그룹의 미국 내 생산법인 자산은 157조7263억원으로 21조6957억원에 불과했던 8년 전에 비하면 7배 이상 늘었다. 10대 그룹의 전체 해외 생산법인 자산 중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6년 10.4%에서 32.1%로 3배가량 뛰었다.
반면 오랜 기간 한국 기업들의 최대 생산기지 역할을 했던 중국의 비중은 2016년 43.9%(91조7595억원)에서 지난해 23.8%(116조6073억원)로 거의 반 토막 났다. 8년 새 미국이 중국을 제치고 국내 기업들의 최대 해외 생산 거점이 된 것이다.
2016년 10대 그룹 전체 해외 생산법인 자산의 12.9%를 차지하며 중국에 이어 2위 생산기지 역할을 했던 베트남 역시 지난해 10.6%로 비중이 줄며 3위로 내려앉았다.
미국 생산법인의 자산 규모가 가장 큰 그룹은 삼성으로, 텍사스주 오스틴 반도체 법인 등을 포함해 총 43조1685억원을 기록했다. 이어 SK(40조421억원), LG(38조8325억원), 현대차(28조4154억원) 순이었다.
이들 4대 그룹의 미국 생산법인 자산 합산액은 150조4585억원으로 10대 그룹 전체 합산액의 95.4%를 차지한다. 8년 새 미국 생산법인 자산이 가장 많이 증가한 그룹은 SK로 39조6098억원 늘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