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법 왜곡죄’ 추진에… 대법원 “사법부 장악 수단 악용될 것”

입력 2025-10-29 19:04
정청래(왼쪽)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가 26일 국회 본회의에 앞서 열린 의원총회에 입장하고 있다. 의원총회에서는 민주당이 추진 중인 사법개혁·허위조작정보근절 관련 법안에 대한 설명이 이뤄졌다. 이병주 기자

대법원이 더불어민주당에서 입법을 추진하는 ‘법 왜곡죄’(형법 개정안)와 관련해 “사법부 독립을 약화시키고 권력이 사법부를 장악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대법관 증원안을 핵심으로 하는 사법개혁 5대 의제에 이어 재판소원, 법 왜곡죄까지 당론화 논의를 본격화하자 대법원이 반대 의견을 내놓은 것이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실이 29일 대법원으로부터 확보한 법 왜곡죄 법안에 대한 의견서에 따르면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법 왜곡죄에 대해선) 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민주당의 발의한 법 왜곡죄는 판사·검사가 특정인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하게 하려고 사실관계를 조작하거나 법을 왜곡해 적용하면 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법원은 법 왜곡죄가 사법 독립을 침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법원은 “법 왜곡죄는 역사적으로 신권·왕권 등을 수호하기 위한 수단이었다”며 “법 왜곡죄가 존재했던 독일이나 러시아도 히틀러나 스탈린의 독재하에서는 무력할 뿐이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정치적 이슈가 되는 사안일수록 법관의 소신 있는 재판에 대해 법 왜곡죄 혐의를 씌울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관의 단순한 판단 과오나 소수적 견해까지 처벌 대상이 될 소지가 있다”며 “법관의 직무수행을 지나치게 위축시켜 새로운 시대상이나 당시의 건전한 상식과 경험을 반영한 전향적 판결의 등장, 소수자 인권 보호 등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법 왜곡’ 용어의 모호성도 지적했다. 헌법상 인정되는 법관의 법 해석·적용 재량과 법 왜곡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재판에서의 유불리는 상대적·주관적”이라며 “당사자가 불리한 결과가 나오면 법 왜곡을 주장해 고소·고발이 남발될 수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지난 5월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파기환송 판결 이후 기존 검사를 대상으로 발의했던 법 왜곡죄의 처벌 대상에 판사를 추가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지난 24일 “없는 죄를 있는 죄로, 있는 죄를 없는 죄로 판결한 사례가 있다면 법 왜곡죄로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