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내년 물량도 완판… “메모리 슈퍼사이클 진입”

입력 2025-10-30 02:05
SK하이닉스가 메모리 슈퍼사이클 진입에 따른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판매 호조에 힘입어 올해 3분기 영업이익 11조3834억원을 기록했다. 분기 영업이익 10조원 돌파는 창사 이래 처음이다. 사진은 29일 경기도 이천 SK하이닉스 본사의 모습. 연합뉴스

SK하이닉스가 사상 최대 실적을 또다시 갈아치웠다.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확대로 D램뿐 아니라 낸드플래시 수요 증가가 이어지는 데 따른 것이다. SK하이닉스는 내년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들에 공급할 메모리 전제품이 사실상 ‘완판’됐다고 전하며 “메모리 슈퍼 사이클에 진입했다”고 선언했다.

SK하이닉스는 3분기 매출 24조4489억원과 영업이익 11조3834억원, 순이익 12조5975억원으로 집계됐다고 29일 밝혔다. 영업이익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분기 기준 10조원을 넘겼고, 지난 2분기 기록했던 매출·영업이익 최고 기록 역시 1개 분기 만에 새로 썼다.


빅테크 기업들의 공격적인 AI 인프라 투자 확대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뿐 아니라 일반 D램, 기업용 SSD 등 낸드 출하량을 모두 끌어올렸다. SK하이닉스는 AI 시장이 추론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되면서 AI 서버의 연산 부담을 일반 서버 등 다양한 인프라로 분산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D램에서 시작된 수요 증가가 낸드로 확장되고 있는 배경이다.

SK하이닉스가 시장 점유율 1위를 이어오고 있는 HBM은 2027년까지 수요가 공급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컨퍼런스콜에서 “HBM 제품은 2023년 이후 솔드아웃(완판)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며 “HBM의 수요 대비 공급은 2027년에도 타이트하게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HBM 시장은 보수적으로 보더라도 향후 5년 평균 30% 이상의 높은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글로벌 D램 시장에서 3분기 연속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특히 HBM 부문에서는 58%의 시장점유율로 독보적 1위다. SK하이닉스는 6세대인 HBM4 양산 체제를 구축하고 올 4분기부터 출하를 시작해 내년에는 본격적인 판매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이 같은 메모리 초호황은 과거 반도체 사이클과는 양상이 다르다는 게 SK하이닉스의 분석이다. 김규현 SK하이닉스 D램 마케팅담당(부사장)은 “이번 사이클은 2017년과 2018년에 있었던 슈퍼 사이클과는 양상이 다르다”며 “자율주행이나 로보틱스 AI와 같이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응용처를 발굴한다는 점에서 메모리 수요에 근본적인 변화를 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빅테크 기업들이 AI 데이터센터 확장 계획을 발표하고 있는 점도 서버 수요를 늘리는 요소다. SK하이닉스는 내년 전체 서버 세트 출하량이 10% 후반대로 증가할 것이라며 서버용 D램이 일반 D램 수요를 계속 이끌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 수요 증가에 따라 청주 M15X 팹(공장)을 조기 오픈하고 장비 반입을 시작했다. 올해부터 건설이 본격화된 용인 1기 팹 역시 일정을 앞당기겠다는 구상이다. 실적이 발표된 이날 SK하이닉스 주가는 7.10% 오른 55만8000원에 마감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