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아 수가 14개월째 증가세를 유지한 가운데 출산의 중심축이 30대 초반(30~34세)에서 30대 후반(35~39세)으로 이동하는 조짐이 나타났다. 30대 초반 출산율이 17개월 만에 처음 줄어든 반면 30대 후반은 상승세를 이어가 출산율 반등을 이끌었다.
국가데이터처가 29일 발표한 ‘8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지난 8월 출생아 수는 2만867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2만103명)보다 764명(3.8%) 증가했다. 지난해 7월 이후 14개월 연속 증가다. 합계출산율도 0.77명으로 1년 전보다 소폭(0.02명) 상승했다.
특히 같은 30대 안에서도 출산 시기가 점차 늦어지고 있었다. 여성 1000명당 출생아 수로 가늠하는 연령별 출산율에서 30대 후반 여성은 46.0명에서 50.9명으로 4.9명 늘었지만, 30대 초반 여성은 70.2명에서 69.9명으로 0.3명 줄어 지난해 4월 이후 처음 감소세로 돌아섰다. 데이터처 관계자는 “그간 출산율 반등을 견인하던 30대 초반 연령층의 출산율이 소폭 줄었다”며 “내년부터 출산 연령대 상향 이동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번 달이 그 흐름의 전조일지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이 인구 구조의 ‘코호트(세대) 효과’와 관련 있다고 분석한다. 김지연 한국개발연구원(KDI) 전망총괄은 “출산 연령이 늦어지는 건 한국 사회의 추세적 흐름”이라며 “1990년대 초반 출생자들이 출산 적령기에 들어서며 모수가 많았고, 이 세대가 30대 중·후반으로 이동하면서 출산율의 중심축이 옮겨가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사회에서 결혼·출산은 유독 늦춰지고 있다. 지난해 초혼 연령은 남성 33.9세, 여성 31.6세를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회지표 2024’에 따르면 한국 여성의 평균 출산 연령은 33.5세로 OECD 평균(30.9세)보다 2.5세 높다. 조사 대상 33개국 중 출산 연령이 가장 높고 상승 속도 역시 가장 빨랐다.
이태석 KDI 선임연구위원은 “30대 후반이 출산율 반등을 이끄는 건 장기적으로는 지속가능하지 않다”며 “20대 후반과 30대 초반의 사회 정착 시기를 앞당길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 혼인은 1만9449건으로 8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사망자 수는 2만8971명으로 지난해보다 9.8%(3150명) 줄어 1983년 통계 작성 이래 8월 기준 가장 크게 감소했다. 8월 사망자는 기온 영향을 크게 받는데, 올해는 전년보다 평균·최고기온이 낮았다.
세종=이누리 기자 nur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