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복귀 전공의에 또 특혜… 전문의 시험 조기응시 허용

입력 2025-10-29 19:04
의대 정원에 반발해 병원을 떠났던 사직 전공의 상당수가 9월 1일 업무 현장에 복귀했다. 연합뉴스

보건복지부가 수련 거부를 벌이다 지난 9월 뒤늦은 복귀로 수련 기간이 부족해진 전공의에게 전문의 자격시험을 미리 치를 수 있는 특례를 제공하기로 했다. 의료인력 배출에 차질을 빚기 위해 마지막까지 수업 거부로 일관하다 지난 8월 복귀한 의대생을 위해 의사 국가시험도 추가로 실시하기로 했다.

복지부는 ‘충실한 수련 이수’ 등의 조건을 내걸었지만, 이들보다 앞서 복귀한 전공의·의대생 사이에선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반발이 나온다. 환자 목숨을 볼모로 집단행동을 벌인 의료계에 정부가 재차 잘못된 전례를 남겼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복지부는 ‘2026년도 전문의 시험, 의사 국시 등 시행방안’을 확정해 29일 발표했다. 내년 2월 시행하는 전문의 자격시험에는 내년 8월 말까지 수련 기간이 남은 전공의 1300여명도 응시할 수 있는 특례가 제공된다. 먼저 시험에 붙고 8월 말까지 수련만 마치면 합격이 인정된다.

수련 기간이 6개월 넘게 남은 인턴 신분의 전공의도 내년 상반기 레지던트 1년 차 모집에는 미리 지원할 수 있는 특혜도 얻는다. 여기서 합격한 인턴은 남은 수련만 마치면 9월부터 곧바로 레지던트 수련을 이어갈 수 있다.

복지부가 내놓은 특례는 의·정 갈등의 직격탄을 맞은 의료인력 배출을 정상화하려는 성격이 크다. 원칙대로면 지난 9월에 복귀한 전공의는 내년 8월에 수련이 끝난다. 내년 초에 치러지는 전문의 시험과 레지던트 모집에 지원할 수 없는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료인력 배출을 정상화하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같은 논리로 내년 하반기에 졸업하는 의대생 본과 4학년 1500여명에게도 추가 의사 국가고시에 응시할 특혜가 주어졌다. 의사 국시는 2월 졸업을 앞둔 의대생을 대상으로 1년에 한 번만 치러지는 게 원칙이었다.

지난 3월과 6월 먼저 복귀한 전공의와 의대생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본과 4학년 한 의대생은 “먼저 복귀한 의대생은 이미 강경파 의대생들에게 배신자로 낙인이 찍혔다. 정부를 믿고 먼저 복귀한 의대생만 바보가 됐다”고 말했다.

시민사회에선 유화적인 정부 태도가 의료계에 잘못된 학습 효과를 불러온다고 지적한다. 지역의사제와 공공의대 설립, 성분명 처방 도입 등 의·정 갈등 사태의 불씨가 곳곳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회정책국장은 “사회정의와 질서에 반하는 진료 거부를 벌이고도 특혜를 받을 수 있다는 자신감만 심어줬다”며 “진료 거부가 의사들의 가장 큰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잘못된 학습을 낳았다”고 말했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