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2009년 이후 16년 만에 태풍이 한반도에 영향을 주지 않은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10월에는 가을 장마와 깜짝 강추위도 동시에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영향으로 한반도에 이례적인 기상현상이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29일 기상청 태풍발생통계에 따르면 올해 총 24개의 태풍이 발생했으나 한반도에 영향을 미친 태풍은 0개다. 역사상 1951년 이후 11월에 태풍이 없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올해는 태풍이 없는 한 해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1988년, 2009년 이후 3번째다.
한반도가 태풍 영향을 피한 이유는 10월 중순까지 세력이 유지된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이다. 여름철 무더위를 가져오는 북태평양고기압은 일반적으로 9월 이후 동쪽으로 수축하며 세력이 약해지기 시작한다. 올해는 10월 중순까지 한반도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 기상청 관계자는 “한반도 남부에 10월 초중순까지 자리를 잡고 있던 북태평양고기압이 태풍 북상을 막는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가을장마로 불릴 정도로 이달 들어 잦은 비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북태평양고기압이 한반도 남쪽에서 습한 공기를 끌어올렸고 북쪽에서 내려오는 찬 공기와 충돌하며 정체전선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여름철 가뭄에 시달렸던 강원영동 지방엔 폭우가 내렸다. 해수면온도 상승으로 인해 동해안에서 평년보다 많은 수증기를 공급받은 동풍의 영향을 지속해서 받았기 때문이다.
높은 기온과 많은 비가 지나간 뒤 이달 말 곧바로 한파가 찾아왔다. 북태평양고기압의 뒤늦은 수축과 대륙 고기압의 영향으로 차고 건조한 공기가 강하게 내려오는 시기가 겹치면서 시민들이 느끼는 체감 추위는 더 커졌다. 서울 기준 17일 평균기온은 19.9도로 20도 안팎의 높은 기온을 유지했으나 10일 뒤인 27일엔 8.1도로 급락했다.
이같은 이례적 현상들은 지구온난화의 영향이다. 예상욱 한양대 해양융합공학과 교수는 “태풍, 가을장마 뿐 아니라 한파도 해수면온도 상승과 밀접한 영향이 있다”며 “이로 인해 북태평양 고기압이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 등 변동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이상기후가 반복되는 만큼 면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오재호 나노웨더 대표(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명예교수)는 “평년 대비 특이 현상들은 기후 변화로 나타날 수 있는 여러 사례 중 하나에 불과하다”며 “경험하지 못한 일인 만큼 최악의 경우를 상정해 여러 분야에서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