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시상식에 가장 활발한 활동을 펼친 배우에게 주는 ‘열일상’이 있다면 올해 주인공은 단연 강하늘(35)일 것이다. 영화 ‘스트리밍’ ‘야당’ ‘84제곱미터’, 드라마 ‘당신의 맛’(ENA) ‘오징어 게임 3’(넷플릭스)를 내리 선보인 데 이어 올해 여섯 번째인 영화 ‘퍼스트 라이드’로 돌아왔다.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최근 만난 강하늘은 “주변에서 자꾸 ‘안 쉬냐’고 물어본다”면서 “지난 3~4년간 찍은 작품들인데 공개 일정이 올해 한꺼번에 몰리며 이렇게 됐다. 이제 더 공개할 작품은 없다”며 웃어 보였다.
최근작에서 거칠고 강렬한 역할이 많았는데 오랜만에 유쾌한 모습이다. 강하늘은 29일 개봉한 청춘 코미디 ‘퍼스트 라이드’에서 전교 1등 모범생 태정 역을 맡았다. 영화는 유치원부터 학창 시절을 함께 보낸 태정과 체육 특기생 도진(김영광), 잘생긴 연민(차은우), 엉뚱한 금복(강영석), 태정을 짝사랑하는 옥심(한선화)이 처음으로 함께 해외여행에 나서며 벌어지는 좌충우돌 이야기다.
강하늘은 “또래 배우끼리 모이다 보니 현장에서 진짜 친구처럼 웃고 떠들며 재미있게 찍었다”고 전했다. 밝고 싱그러운 청춘의 기운을 물씬 풍긴다는 점에서 전작 ‘스물’(2015)이 떠오른다. 그는 “완성본을 보니 ‘스물’과 느낌이 비슷하더라. ‘스물’ 멤버인 김우빈, 이준호와 다시 뭉쳐 ‘서른’을 찍고 싶기도 하다”고 말했다.
청춘의 단면을 비춘 영화에는 현실적 공감을 부르는 지점이 적잖다. 기약 없는 빈말로 ‘다음에 밥 한번 먹자’고 인사하거나, 일 때문에 바쁘다는 이유로 오랜 친구와 소원해지는 장면 등이다. 강하늘은 “촬영하면서 친구들에게 미안해졌다. 예전엔 뜬금없이 연락해 실없는 얘기도 나눴는데 요즘은 바쁘단 핑계로 연락도 자주 못 했다”며 아쉬워했다.
영화의 분위기는 경쾌하다. 강하늘은 “대본 속 기발한 상황이 재미있었다. 그에 맞춰 연기하다 보니 내 상상력도 커지더라”고 했다. 코미디 장르의 매력에 대해선 “작품 자체의 호흡이 편안해 그 안에서 나도 편하게 연기하게 된다”고 말했다.
코미디 영화 전문인 남대중 감독과 ‘30일’(2023) 이후 두 번째다. 남 감독은 “내 영화를 제일 맛있게 잘 살려주는 배우가 강하늘”이라며 “홍콩 배우 주성치가 출연한 작품을 ‘주성치 영화’라고 하듯, ‘퍼스트 라이드’가 잘 되면 ‘남대중 영화’가 아닌 ‘강하늘 영화’로 불려야 한다”고 칭찬했다.
강하늘이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는 뭘까. 질문에 한참 난감해하다 입을 뗀 그는 “난 차은우처럼 특출나게 잘생긴 역을 하기에도, 김영광처럼 피지컬 좋은 역을 하기에도 애매하다. 그냥 보기 편안한 얼굴이라 평범한 캐릭터를 많이 맡는다”면서 “눈에 띄는 꽃이 아니라 눈을 편하게 하는 초록풀 같은 느낌이라 좋아해 주시는 게 아닌가 싶다”고 웃으며 말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