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황’ 대기업·제조업만 이익… 중소기업, 수익성 하락

입력 2025-10-30 00:15 수정 2025-10-30 00:15

지난해 반도체 수출 증가 등에 힘입어 전반적인 국내 기업의 성장성과 수익성, 안정성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중소기업의 수익성은 하락했고 번 돈으로 이자도 못 갚는 취약 기업(좀비기업) 비중은 통계 작성 후 최고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29일 내놓은 ‘2024년 기업 경영 분석’ 자료를 보면 국내 기업 96만1336곳(제조업 18만6490곳·비제조업 77만4846곳)의 지난해 연 매출은 전년 대비 3.7% 증가했다. 2023년에는 1.5% 역성장했으나 반등에 성공했다. 제조업(-2.3→4.6%)과 비제조업(-0.9→2.9%) 모두 매출 증가율이 높아졌다. 특히 제조업 중 전자·영상·통신 장비(-14.5→19.6%)의 상승 폭이 두드러진다. 생성형 인공지능(AI) 확산 등으로 반도체 수요가 증가하면서 수출 물량이 증가하고 단가도 상승한 결과다.

수익성 지표도 좋아졌다. 조사 대상 기업의 영업이익률은 4.6%로 전년(3.5%) 대비 1.1% 포인트 상승했다. 세전 순이익률도 4.3%로 0.5% 포인트 상승했다. 제조업(3.3→5.1%)과 비제조업(3.7→4.1%) 모두 영업이익률이 상승했는데 전자·영상·통신 장비가 -3%에서 8.3%로 껑충 뛰었다. 전기료 인상과 국제 에너지 가격 하락으로 전기 가스(0.7→6.7%)의 수익성도 개선됐다.

기업 규모별로 보면 대기업(3.7→5.6%)의 영업이익률은 상승했지만 중소기업(3.2→3%)은 하락했다. 기업의 영업이익으로 대출 이자 등 금융 비용을 얼마나 부담할 수 있는지 나타내는 이자보상비율은 244.1%로 전년(191.1%)보다 높아졌다. 다만 이자보상비율이 100%를 밑도는 취약 기업 비중은 42.8%로 전년 대비 0.5% 포인트 상승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지난해 기업 수익성 회복 과실이 반도체 대기업 등에 집중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문상윤 한은 기업통계팀장은 “지난해 기업 경기가 전반적으로 개선된 것은 반도체 중심 제조업과 대기업이 좋아졌기 때문”이라며 “이자보상비율 100% 미만 역대 최대는 반도체 중심으로 대기업의 수익성 개선에도 소규모의 우량하지 않은 기업은 좋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