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국 ‘자유무역 지지’에 이견… ‘경주 선언’ 의견 일치 도출 난항

입력 2025-10-30 00:0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최고경영자 서밋(APEC CEO SUMMIT)'에 참석해 정상 특별연설 하고 있다. 경주=윤웅 기자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시작된 29일 각국 장관은 외교·통상 합동각료회의(AMM)를 열어 공동성명 의제를 점검하고 내용을 조율했다. 그간 APEC 공동성명에는 자유무역, 다자무역체제 수호 등의 내용이 담겨 왔다. 하지만 미국 주도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이에 반발하는 중국과의 갈등으로 회원국들은 ‘경주 선언’을 위한 컨센서스(의견 일치) 도출에 난항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APEC은 1993년 정상회의급으로 격상된 후 회원국 모두의 합의를 거쳐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APEC이 추구하는 자유무역과 다자무역체제 수호, 세계무역기구(WTO) 지지 등의 내용이 명시됐다. 유일하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재임 기간이었던 2018년 파푸아뉴기니 APEC에서만 공동성명이 불발됐었다.

이번 APEC에선 일부 회원국이 공동성명에 자유무역, 국제 공급망 회복 등의 의제를 담는 걸 두고 이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관계자는 “APEC 고위관리회의(SOM) 때부터 특정 국가가 자유무역을 논의하는 것에 반대하는 분위기였다”며 “이에 다른 국가가 반발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관건은 미·중 갈등이다. 미국은 중국의 수출 통제를, 중국은 미국의 관세 압박을 문제 삼으며 충돌하고 있다. 2018년 파푸아뉴기니 APEC 당시 공동성명 불발도 미·중 갈등이 주원인이었다. 당시 미국은 자국의 무역 적자를 문제 삼으며 국제무역질서가 불공정하다고 주장했지만, 중국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에 반대했다.

이밖에도 첨단기술·반도체 공급망과 관련한 회원국 간 견해차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 미국은 최근 수출 규제 등을 통해 첨단기술·반도체 공급망 보호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공동선언문 채택은 각국의 만장일치로 이뤄지는 만큼 최종 입장 조율이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APEC이 미·중 분열의 자리가 돼선 안 된다며 한국의 중재 역할을 주문했다. 반길주 국립외교원 교수는 “정상회의 전 열리는 양자 회담에서 사전에 미국의 협조를 끌어내는 등 의장국으로서 한국의 역할이 주목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부터 이틀간 열리는 AMM은 APEC 정상회의 공동성명 도출의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지난해 페루에서 열린 2024 APEC AMM에서는 WTO 중심의 다자무역체제 유지 등 21개 회원국의 뜻을 모은 공동성명이 발표됐다. 정부 관계자는 “공동성명이 불발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주=박준상 최예슬 기자 junwit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