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에 봄철 관광 성수기 5월서 3~4월로 이동

입력 2025-10-30 00:08
강풍과 비가 내린 지난 4월 1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윤중로에서 시민들이 벚꽃을 감상하며 산책을 하고 있다. 이한형 기자

기후변화가 한국 관광의 일정표를 바꿔놓고 있다. 계절 경계가 흐려지면서 성수기 판도도 재편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최근 7년간 기후변화가 관광수요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29일 발표했다. 기후변화가 관광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정책과 콘텐츠 개발에 반영하려는 취지다.

관광공사는 기후 데이터와 이동통신 기반 관광데이터를 결합해 관광지 유형별 방문객 수 변화를 2018~2021년과 2022~2024년으로 나눠 분석했다. 자연, 휴양, 역사, 문화, 레포츠 등 관광지 유형을 구분하고, 기온이 1도 상승할 때 나타나는 방문객 수 변화추이를 살펴봤다.

자연 관광지가 기온 변화에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2022~2024년 6월 기준 기온 1도 상승을 가정할 때 방문객 9.6%가 감소, 초여름 무더위가 여행지 방문을 방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조건에서 휴양 관광지는 10월 기준 13.5% 증가해 상대적으로 ‘따뜻한’ 가을을 즐기려는 수요가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문화·기타 관광지는 기온 변화에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전통적 성수기의 이동도 확인됐다. 대표적 봄 성수기는 5월이었으나 최근에는 3~4월이 새롭게 부상했다. 지역별 편차는 있지만 전국 벚꽃 개화 시기는 2018년 대비 2024년에 평균 3일가량 앞당겨졌다. 여름은 자연·휴양 관광지 수요 증가의 중심이 8월로 이동하며 한여름 집중 현상이 강화됐다. 가을은 유일하게 기온 상승의 긍정적 효과가 지속되는 계절로 확인됐다. 10~11월이 모든 관광지 유형에서 안정적 성수기로 자리잡았다. 스키장 개장 시기가 늦춰지고 적설량 부족으로 운영 시즌이 단축돼 겨울은 기온 상승 시 대부분의 관광지에서 방문객이 감소했다. 겨울 성수기가 사라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지은 관광컨설팅팀장은 “2018년 이후 국내 평균기온이 1.7도 상승하면서 관광 성수기의 계절 지도가 변화하고 있다”며 “기후변화는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관광산업의 구조와 전략을 바꾸는 핵심 변수인 만큼 이번 분석이 관광정책 수립과 관광상품 기획 등에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