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교회와 ‘과학과 신학의 대화’라는, 언뜻 양극단에 서 있는 듯한 두 공동체를 함께 섬기는 저의 이중적 위치 때문일까요. ‘경계 위 그리스도인’이라는 제목은 제게 묘한 동질감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책장을 덮은 뒤 남은 건 단순한 공감대 이상의 깊은 울림이었습니다.
저자는 목회(소명)와 출판(생업)이라는 경계에서 이중직을 감당하며 신앙과 현실의 긴장을 온몸으로 겪어냅니다. 이 책은 그가 경계에서 느낀 고뇌와 불안, 흔들림을 34편의 사유로 길어 올린 기독교 에세이입니다. 엄격한 교리나 논쟁적 담론보다는 삶의 정직한 고백에 더 가깝습니다. 중간중간 섞여 있는 설교문은 그의 사유를 더욱 입체적으로 엮어냅니다.
저자가 생각하는 경계는 단순한 영역 구분이 아닌 한 세계의 끝자락이자 더는 안전하게 머물 수 없는 한계의 자리입니다. 견고했던 신념이 흔들리고 익숙한 언어가 위로의 힘을 잃으며 당연했던 명제가 의심스러워지는 지점입니다. 이 때문에 이곳엔 필연적으로 깊은 불안이 존재합니다.
저자는 경계를 절망의 구조로만 치부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곳을 새로운 의미를 만나는 은혜의 자리로 바라봅니다. 또 완벽한 통제나 해답을 강요하던 종교적 오만에서 벗어나 겸손하고 유연한 신앙을 배우는 성숙의 통로로, 익숙하고 당연한 것만을 고수했던 아집을 깨고 낯섦과 포용을 배우는 장소로 여깁니다.
저자는 그리스도인의 존재론적 위치를 바로 이 ‘경계 위’로 재설정합니다. 또한 그리스도인의 삶은 하늘과 땅, 이미와 아직, 교회와 세상 사이 등 수많은 경계 위를 걷는 여정임을 일깨웁니다. 이 길은 궁극적으로 십자가를 통해 세상과 하나님, 절망과 소망, 죽음과 생명이 교차하는 경계에 선 그리스도를 따르는 것임을 역설합니다.
이쪽 혹은 저쪽, 네 편 혹은 내 편을 강요하는 시대입니다. 경계에 선 이들을 품어야 할 교회마저 특정한 한쪽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교회는 경계에서 고뇌하고 불안해하는 이들을 돌아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책은 경직된 한국교회에 건네는 저자의 격려이자 도전입니다. 어쩌면 믿음은 불안이 제거된 확신이 아니라 불안을 기꺼이 끌어안는 용기가 아닐까요. 이 책으로 신앙에 대한 격려와 새로운 통찰을 얻게 되길 소망합니다.